오랫동안 궁리하던 새로운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다.
영국의 캔터베리에서 시작해 이탈리아의 로마까지, 그 너머 장화 모양의 이탈리아 반도 뒷꿈치에 자리잡은 브린디시까지 연결되는 약 3,000킬로미터에 달하는 코스이다.
캔터배리에서 출발하는 도보 순례루트인 비아 프란체지나와 구별되는 유로벨로 5의 특징은 프랑스 북부에 인접한 벨기에와 룩셈부르크를 지난다는 점이다. 스위스를 거쳐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지방으로 이동하는데, 세인트 버나드 패스를 넘는 비아 프란체지나에 비해, 유로벨로 5는 고타드 패스를 넘어 코모 호수 근방을 지나게 된다.
오랫동안 꿈꾸던 유로벨로 코스는 안달루시아에서 출발해 터키에서 끝나는 유로벨로 8이었다. 지중해를 오른쪽으로 두고 달리는 이 코스 위에 있는 발렌시아, 스플릿, 이스탄불 등에 사는 친구들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려 7천킬로미터에 달하는 코스를 여행하기엔 시기가 너무 늦기도 하고 성수기를 지난 시즌에 선박을 통한 이동을 장담할 수 없어 단념하였다.
유로벨로 5 코스에는 그동안 수도 없이 화면으로만 보던 루베, 코펜버그, 아르덴 업힐 등 스프링 클래식 레이스가 열리는 장소가 산재해 있다.
이탈리아에선 일 롬바르디아의 유서깊은 장소인 마돈나 디 기살로와 스트라데 비앙케가 열리는 토스카나 지방의 아름다운 하얀 길, 매번 명승부를 연출하는 피아자 델 캄포 업힐 구간이 있는 시에나를 지나게 된다.
이번 여행은 지금 머무는 런던에서 9월 25일 캔터베리로 기차로 이동해 라이딩을 시작할 예정이다. 유난히 더웠던 한국에서의 여름때문인지 한낮 기온 17도를 기록한 영국의 날씨 자체로만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개인적인 사이클링 성지 순례 여행이 그저 안전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일정상 9월 29일에 취리히에서 열리는 월드 챔피언십 레이스는 못 보겠지만, 10월 12일에 코모에서 출발하는 일 롬바르디아는 가능하길 바라고 있다.
9월 25일 새뱍, 숙소 근처의 킹스 크로스 역 주변이 벌써부터 분주해지고 있다. 기차를 타고, 캔터베리에서 도버까지 라이딩, 다시 페리로 프랑스 칼레까지. 이 모두를 하루에 잘 해내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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