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의길17 <카미노를 여행하는 자전거 라이더를 위한 안내서> 출간 지난해 다녀온 은의 길과 포르투갈 길 자전거 여행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여러모로 강렬했기에 완성된 콘텐츠로 남기고 싶었다. 책의 대부분은 이 블로그에 남겼던 매일의 기록을 기초로 썼다. 블로그 글이 대부분 불면에 시달리던 새벽에 핸드폰으로 작성해서 여러 오탈자가 있다는 것도 책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그마저도 과거의 일부분이기에 블로그는 그대로 놔두었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거나 이사할 때 책을 정리하며 읽히지도 않을 책을 생산하는 것은 다음 세대에 빚지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재고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POD방식이라 스스로와 타협할 수 있었다. 처음 쓰는 책이라 과정은 고단하고 서툴렀지만,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은 허투로 만들어 낸 것이 없기에 결과적으론 떳떳하고 후련하다.. 2024. 9. 27. Via de la plata(은의 길) Etapa 14: Lalin-Santiago de compostella 은의 길의 마지막 날이다. 10년 전에 프랑스길의 마지막에는 많이 흥분도 되고 스스로 대견하고 아쉽기도 한 여러 감정에 사로잡혔었는데 이번은 이후에도 여행을 계속할 예정이라 담담했다. 자전거를 우편서비스로 먼저 부쳐야 한다는 세비야 듀오는 부지런히 먼저 출발했다. 서무 서둘렀는지 소지품 가방을 놔두고 가서 산티아고에서 주기로 하고 챙긴다. 아침에 역시 카페콘레체와 나폴리타나 초콜라테 등으로 연료를 채운다. 살바는 쿠바티타가 본인의 가솔리나(연료)라고 하는데 나는 택도 없다. 50킬로미터 정도를 앞두고 있어 도보 순례루트로 열심히 자전거를 탄다. 새들백의 제대로 된 사용법을 이제서야 찾았는 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갈리시아의 신비로운 숲길을 만끽하는 라이딩이었다. 그러다 10킬로미터를 남기고 .. 2023. 9. 14. Via de la plata(은의 길) Etapa 13: Ourense-Lalin 알베르게는 아침 8시까지 머물다 떠나야하는게 보통이다. 어제 베린에서 같이 머물렀던 프랑스 커플만 아직 자고 있고 모두 서둘러 떠났다. 아침 오렌세는 기온이 12도로 쌀쌀하다. 일요일이라 문을 연 곳이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무려 체인 슈퍼마켓이 문을 열고 있다. 어제 저녁에 바에서 본 잘 차려입은 젊은 사람들이 밤새 파티를 즐겼는지 드레스 차림으로 슈퍼에서 물건을 사고있다. 오렌지 쥬스와 크로와상을 먹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해장을 한다. 일요일이라 동네 자전거 동호인들이 모여서 떠들썩하다. 중간에 주유소가 있어서 처음으로 고압 세척기로 자전거에 쌓은 먼지를 씻어냈다. 문어의 지방답게 길가 트럭에서 문어요리를 팔 준비를 하고 있는 아저씨하고 얘기도 하고 사진을 찍는다. 점점 너스레가 늘어간.. 2023. 9. 11. Via de la plata(은의 길) Etapa 12: Verin-Ourense 산티아고가 가까워지니 도보 순례객도, 자전거 여행자인 Bicigrino들도 많이 보인다. 훌리오와 살바와 처음으로 그룹라이딩을 한다. 훌리오는 자그마한 체구답게 업힐에서, 살바는 거구에서 나오는 파워로 평지에서 끌어주었다. 치폴리니라고 농담을 하며 이도저도 아닌 나는 겸손히 뒤를 따랐다. 초반에는 카미노 루트를, 후반에는 까레떼라를 이용해 산티아고를 앞둔 가장 큰 도시인 오렌세에 도착했다. 토요일 시청앞 광장에선 어린 커플이 소박한 결혼식을, 점심을 먹던 식당앞 교회에선 빗속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었다. 역시 죽음은 생의 대극이 아니라 한 부분으로 존재한다는 하루키의 문장이 떠올랐다. 몸사리는 친구에 비해 경찰답게 호탕한 살바와 오랫만에 쿠바타를 여러잔 마신다. 점심때 반주가 저녁까지 이어졌다. 훌리오가 .. 2023. 9. 11. 이전 1 2 3 4 5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