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 자전거여행/2024 유로벨로 5 or 비아 프란치제나(Via Francigena)

유로벨로5 스테이지 7 : Monte de l'Enclus -Gavers

by wandererj 2024. 10. 7.
728x90

간밤에 머문 쉘터는 텐트보다 보온에 효율적이라 쌀쌀함 없이 잘 수 있었다. 근방을 떠나지 않던 얌전한 검은 고양이는 어디로 갔나했더니 샤워실에 다녀오니 다시 매트리스 근처에 도도하게 앉아있었다. 고양이를 어떻게 대해야하는 지 모르는게 아쉬웠다.

건물 몇 채없는 이 시골 마을 인근에서 오르데나르드까지는 투어 오브 플랜더스의 유서깊은 업힐들이 즐비하다.  

일단 거리가 가장 가까운 오드 크와레몬트 (Oude Kwaremont)를 향해 길을 나섰다. 하지만 첫 업힐부터 만만치 않았다. 진땀을 흘리며 오른 업힐 정상에서 공사 준비를 하던 인부가 다 안다는 웃음으 지으며 오드 크와레몬트, 파테버그, 코펜버그 등으로 가는 경로를 자세히 알려주었다. 나중에 보니 힘들었던 첫 업힐은 knokteberg로 역시 유서깊은 업힐 구간이었다.

하지만 경로를 잘못 들었는지 오드 크와레몬트는 다운힐로 내려왔다. 크와레몬트 맥주로 잘 알려진 크와레몬트  마을은 생각보다 자그만했고 아침이라 등교하는 어린이들만 활기찼다.

멀지않은 곳에 오래전부터 구글 지도에 저장해 놓은 장소가 있았다. 작은 정육점이지만 사이클링 팬들에겐 친숙한 곳이다. Kramon이라는 사진작가의 작품에 매년 투어 오브 플란더스마다 금방 일하다 나온 복장으로 선수를 응원하는 모습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도착하니 정말 동네 정육점이고 좌측으로 크게 회전하는 구간이라 속도를 줄이는 선수들을 담기에도 적합해 보였다.

고기를 살 일은 없어 밖에서 사진을 몇장 찍고 있는데, 갑자기 정육점 복장을 입은 남자가 친숙한 그 사진과 소시지를 들고 나타났다.

반가워서 당신과 이 곳을 중계에서 보았고,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그도 놀랐는지 '오 마이갓'이라고 하며 더 큰 브로마이드를 가지고 왔다. 여행 중 보관하기엔 너무 큰 사이즈지만, 마음이 고마워 선선히 받고 같이 인증사진을 찍었다. 얘기를 조금 더 하고 일하는데 방해가 될것 같아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도로변에도 넉넉하게 확보된 자전거 도로를 따라 달리니 그 유명한 코펜버그 업힐이 나타났다 바닥에 스트라바 공식 업힐 구간이 표시되어 았었다.

올해 투어 오브 플랜더스 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매튜 반더폴과 뒤따르던 마테오 요겐슨을 빼고는 미끄러운 돌길을 못 올라가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는 장면늘 연출한 곳이다.

사진을 여러장 찍고 있는데 다른 방향에서 도그마를 탄 커플라이더가 나타났다. 전직 프로선수인 요한과 그의 여자친구였다.

내 여행과정을 듣더니 놀라워하며 사진을 여러장 찍고, 인스타 동영상을 같이 올렸다. 게스트 하우스를 하고 있으니 다음에 올때는 연락을 하라고 인스타 계정을 공유했다.

그는 떠나기 전에 최대 경사도 22도에 달하는 코펜버그 공략법도 알려주었다. 왼쪽에 나무가 있는 구간 전까진 무리하지 않는게 핵심이었다.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중 벨기에 주니어 챔피언 선수가 바람처럼 지나갔다.

지레 겁을 먹었는지 정상급 사이클리스트들이 걸어올라간 맑은 날의 코펜버그는 크게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었다. 넓은 파베 면에 비가 오면 미끄러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매튜 반더폴은 사이클로크로스 특유의 당겨올리는 페달링으로 이겨낸 것이었다.

중계에서 매번 보던 코펜버그 정상에 양쪽으로 있는 건물은 하나는 아틀리에, 반대편은 개인 주택이었다. 코펜버그 정상의 입지라니.

예정대로라면 투어 오브 플랜더스 결승점인 오르데나르까지 갔아야 하나 정신없이 한참 업힐을 하니 이미 반대방향으로 와버렸다.

단념하고 다시 다음 사이클링 성지인 무르(Muur)가 있는 Gerrarsbergen으로 향했다.

고느적한 분위기의 성당으로 오르는 돌길이 있는 무르는 벽이란 뜻으로 역시나 수많은 플랜더스 레이스에서 상징과 같은 곳이다.

멋진 시청 건물을 지나 무르를 알리는 표지판을 따라 돌길을 천펀히 올랐다. 광장 주변 많은 바들 사이에 파리 올림픽 2관왕 렘코 에베네폴 팬클럽 깃발도 보였다.

부슬비가 내려 미끄러운 무르 업힐은 내 도로용 타이어론 오를 수 없어 자존심을 내려놓고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다. 사슴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정원을 지나 수많은 사진에서 봤던 작은 성당이 나타났다.

걸어왔는데 벅찬 마음에 심박수가 올라갔다. 사진을 찍고 성당 근처를 둘러보았다. 무슨 추모 미사라도 있었는지 눈물을 닦으며 나오는 사람들이 신경쓰여 마냥 들뜨기도 어려웠다.

무르에서 내려오며 찾아봐도 자전거 관련
가념품점은 없었다. 플랜더스의 상징인 사자 문양이 들어간 노란 깃발을 구입하려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한참 걸려 찾아간 가게는 기념품 샵이 아니고 자전거 용점점이었다. 항상 추워보이는 요나스 빙예가르가 레이스 후에 쓰는 방한 비니와 카스텔리 상의를 샀더니 벌써 쌀쌀함이 가시는 것 같았다.

조금 더 라이딩해 도착한 캠핑장은 공립이라 그런지 수목원같이 커다랗고 훌륭한 시설울 갖추고 있었다. 처음으로 캠핑장에서 자전거 여행자들을 볼 수 있었다. 반대방향으로 여행하고 있는 것같아 간단히 인사만 나누었다.

인근에 마트가 없어 낭패라고 생각했는데 캠핑장 내 레스토랑에 있어 미트볼과 맥주를 마시며 놀라운 경험으로 꽉찬 하루를 마무리 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