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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전거여행

유로벨로5 스테이지 8: Gavers - Hundenberg

by wandererj 2024.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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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런던을 떠나고 처음 맞는 대도시인 브뤼셀을 향하는 날이었다. EU 국민이 아니어서 벨기에의 수도라는 것 말고는 큰 사전지식이 없는 채로 출발했다. 각자 조용하게 짐을 꾸리던 여행자들은 햇살이 퍼지자 바람처럼 사라졌다.

운하가 시작되는 Halle까지는 끊임없는 벌판이 계속되었다. 근육질 소, 젖소들, 양떼 사이로 작은 업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럽 대도시 주변에 흔히 있는 공장지대 대신 목장들이 많은 게 또 신기했다.

홀로 달리는 러너는 호흡을 흐뜨리고 싶지 않은지 눈인사만 남기고 지나쳤고, 반대편에서 달려온 라이더는 웃으며 봉주르라고 인사를 건넸다.

가끔 벌판에서 만나는 자동차는 어김없이 속도를 줄이고는 지나치면 다시 돌길을 달려 사라졌다.

Halle에서 시작된 운하옆 자전거 도로 입구에는  브뤼셀까지 거리를 16킬로미터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이른 퇴근을 하는지 실용적인 패니어를 단 자전거들이 쉴새없이 지나쳐 갔다.

브뤼셀 도심 거리도 자전거 친화적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버스 정차구역을 우회하는 표시도 바닥에 그려져있고,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우선하는 구역도 세심하고 표시되어 있었다.

형광색 상의를 입은 수많은 자전거 라이더들과 브뤼셀 시내를 관통했다. 여성 분들이 수없이 추월해 가서 의아했는데, 대부분 전기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유명한 그랑 팰리스 등 건물 사진을 몇장 찍고 공들여 들른 플랜더스 기념품 샵에선 깃발대신 와웃 반아트가 신을 것 같은 벨기에 국기 문양의  자전거 양말을 사곤 누가 잡지도 않는데 서둘러 외곽을 향했다. 어두워지기 전에 캠핑장에 도착하려면 서둘러야 했다.

구글맵에 의지해 찾아간 첫 캠핑장은 캠핑 트레일러 전용이고 텐트는 불가한 곳이었다. 노인 분들과 영어와 불어를 섞어서 확인하고 나니 마음이 바빠졌다. 파크란 영어식 이름이 붙은 곳은 대주분 고정식 트레일러 전용인것 같았다.

어두워지는 벌판을 달려 다시 찾아간 곳은 다행히도 커다란 캠핑장이었지만 이번에도 리셉션은 직원이 퇴근했는지 문이 잠겨있었다. 핸드폰 배터리도 다 소진되어 전화할 수도 없었다.

더이상 대안이 없어 다른 캠퍼 분께 지리를 확인하곤 어두워진 잔디밭 위에서 텐트를 쳤다.

대개가 그렇듯이 동전이 있어야 온수가 나오는 샤워실이었는데 멋진 가운 차림의 할아저지는 난감해 하는 나를 보곤 기꺼이 코인을 주셨다.

다음날부터는 숙박지 도착시간을 좀 앞당겨 변수에 대응할 수 있게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며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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