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답게 체류 기간 중 햇살은 30분이나 비추었을까. 자전거 여행의 첫 아침도 예외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다.
기차, 자전거, 페리를 이용해 해협을 건너 프랑스까지 갈 예정이라 날씨 투정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순 없었다.
호텔 직원의 도움을 받아 자전거를 로비로 옮기고 가방을 장착했다. 호텔부터 킹스크로스/세인트 판크라스 역까지는 지척이었다. 출근길 인파를 뜷고 역까지 순식간에 도착했다.
사우스이스턴 라인 유니폼을 입은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자전거를 기차에 가지고 타는 건 제약이 없고 출입문 위에 오렌지 색 표시가 있는 객차가 공간이 넓다고 알려주었다.
2시간 남짓 걸려서 캔터베리에 도착했다. 성당 앞에 있는 비아 프란체지나 표지판은 로마까지 1,800킬로미터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 부탁해서 사진을 찍었다.
점심을 먹고 영국스러운 벌판 사이로 난 꼬불꼬불한 코스를 32킬로 정도 달려서 도버 페리 터미널에 도착했다.
좁은 길에서 갑자기 현장 출동이라도 하는 셜록과 왓슨을 태운 듯한 자동차를 여러번 만났지만 자전거를 우선으로 양보하는 분위기여서 위험하지는 않았다.
대형트럭, 캠핑카, 바이크가 뒤섞인 거대한 도버 페리터미널 바닥엔 자전거를 위한 붉은색 표시가 그려져 있어,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거대한 차량들 사이로 보잘 것 없게 작은 내 지전거를 구석에 거치하고 자물쇠를 채우려는 나를 보며 젊은 선원은 걱정하지 말라며 사람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유럽의 바다 위는 안전한가보다.
당초 예정보다 늦은 페리를 타서 도착한 프랑스 칼레는 어두워지고 있었고 빗방울이 굵어지고 있었다. 이 싱태로라면 바닥에 형광색 라인이 그려져 있어도 안보일 것 같았다.
걱정이 커질 무렵 기다리고 있던 프랑스 여성 직원이 자기가 운전하는 차량을 따라오라곤 출발했다. 물론 뽈로우란 단어가 foĺlow를 처음엔 못알아 들었다.
투르에서 브레이크 어웨이를 성공세킨 레이서마냥 여유있게 자동차를 따라 항구를 벗어났다. 그녀는 시내 방향을 알려주곤 웃으며 되돌아갔다.
후미등을 켜고 10여분을 달려 칼레 시내에 도착하니 비가 더욱 거세어졌다. 가장 가까운 숙소를 예약하고 가보니 모로코 식당에서 운영하는 곳이었다. 덕분에 맛있는 쿠스쿠스 요리로 자전거 여행의 첫날을 마무리했다.
물론 merluz란 단어가 있어 생선 요리(메를루자) 인 줄 알고 주문했는데 매운 소시지인 줄은 미처 몰랐다. 모로코는 로만스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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