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 자전거여행

유로벨로5 (Eurovelo5) 스테이지 2: Calais - Aire sur le Lys

by wandererj 2024. 9. 28.
728x90

칼레에서 맞는 프랑스에서 첫 아침. 창 밖으론 어제보다 더 세찬 비가 내리고 있었다.

체크아웃 시간까지 기다리다가 빗줄기가 잦아진 틈을 타 숙소를 나섰다. 칼레 시청광장까지 어렵사리 도착할 수 있었다. 시청 인근에는 난민들인지 허술한 텐트를 치고 신산스러운 아침을 맞고 있는 무리가 보였다.

이 도시의 존재를 오랫동안 알려준 로댕의 작품 <칼레의 시민들>은 아름다운 시청 건물을 등지고 있었다.


영국과의 백년전쟁 시절, 봉쇄에 고통받는 시민들을 구하고자 목숨을 내건 6명의 모습이 역동적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가까이 보니 각각 체념, 불만, 죄절 등 당시에 느꼈을 감정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다층적인 감정이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보였다.

그들의 용기로 지켜진 현재의 칼레의 시민들은 각기 일상에 몰두하고 있을 뿐이었다.

유로벨로 gpx 파일을 따르니 운하옆으로 난 고요한 길이었다. 차도와 자전거 전용 트랙이 만나고 또 흩어졌다.

프랑스 사람들은 스페인보다 커피를 덜 마시는지 카페를 찾을 수 없었다. 대신 빵가게인 블랑제리는 곳곳에 있어 적절히  보급하기엔 어려움이 없었다.

감자를 재배하고 양들이 무리지어 쉬고있는 넓은 벌판을 수없이 지났다. 아르덴 지역에만 있는 줄 알던 낙타등이 연이어 나타났다.


칼레 항구에서 내린 대형트럭이 등 뒤에서 다가와서 내쳐 지나치기를 반복했다.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고 페달링에 집중했다. 햇살이 강해져 성크림을 찾다보면 다시 부슬비가 내렸다.

D로 시작하는 프랑스 자방도로는 갓길은 넓지 않아도 안전하게 달릴 수 있었다. 오후에 도착한 Aire sur le Lys에서 캠핑장을 검색하니 시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을 찾을 수 있었다.


운하 옆에 위치한 캠핑장에는 캠핑카를 세운 노인분들이 느늣하게 낙시를 하고 있었다.

텐트를 가져온 사람은 내가 유일했고 사람좋아 보이는 관리인은 아무데나 마음대로 텐트를 치고 머물라고 했다. 깨끗하고 현대적인 샤워실 등에 비하면 이용료 10유로가 작아 보였다.

한국에서도 몇번 해보지 않은 프랑스에서의 첫 캠핑. 신고식이하기엔 너무 센 바람에 밤새 잠을 설쳤고, 운하에서 노는 오리떼 소리는 새벽에 일어나게 해주었다.

비바람이 너무 거세어져 이곳에서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