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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전거여행

유로벨로5 스테이지 11: Hotton - Bastogne

by wandererj 2024.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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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시냇물이 흐르는 옆 잔디밭에 텐트를 쳤더니 비도 오지 않았는데 겉면이 흠뻑 젖어있었다.

어제부터 자꾸 알은 채를 하던 건너편 캠핑카의 남자는 부지런하게 이른 아침부터 개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었다.

이젠 한결 익숙하게 짐을 정리하고 다시 출발 준비를 마쳤다. 친절한 캠핑장 여주인은 봄에 꼭 다시 방문해달라는 인사치레를 했다. 캠핑카 남자 역시 긴 여정을 궁금해하며 축복을 보내줬다.

휴일인데 동네 입구의 카페는 문을 열고 있다. 주문하니 역시나 머신에서 나온 심드렁한 맛이다. 언제쯤 맛있는 커피를 마시게 될런지 모르겠다.

숲길을 달려 도착한 도시의 맥주 전문점에서 벼르고 별렀던 손톱깍기만한 병따개를 발견하고 구입했다. 이젠 수많은 아름다운 라벨의 병맥주를 마셔볼 수 았게 되었다.

숲 속에서 아이들이 놀이하고 떠난 쉼터에서 간식을 먹으며 쉬었다. 달콤한 맛에 달려드는 날벌레 빼곤 모든게 평화로운 환경이 여러모로 부러웠다.

이날의 목적지인 바스토뉴는 5대 모뉴먼트 클래식 레이스 중 하나인 리에주-바스토뉴-리에주의 반환점이다. 여러번 중계를 봤어도 기억에 남는게 없었다. 역시나 도착해도 공군박물관, 중앙에 탱크 전시물 등 전쟁과 관련된 시설만이 있을 뿐이었다. 조금 실망했는데 리에주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만이 위안이 되었다.

유로벨로5 코스에서 바스토뉴로 접근하는 구간은 정말 상상한대로 완벽한 그래블구간이었다. 작은 자갈과 흙이 섞여있어 점점 속도를 내고 싶게 만드는, 한국에선 찾기 힘든 비포장 평지를 내내 달렸다. 사진으론 담을 수 없는 지면에서 올라오는 작은 진동을 마음껏 즐기며 라이딩했다.

바스토뉴 외곽의 수목원만한 캠핑장엔 역시 텐트를 치는 캠퍼는 나 혼자였다. 거대한 잔디밭에서 담아온 음악을 들으며, 그동안 눈여겨보던 벨기에 병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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