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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전거여행

유로벨로5 스테이지 12: Bastogne-Luxembourg

by wandererj 2024.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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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아무도 없는 캠핑장 텐트 구역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무료하게 아니면 외롭게 보였는지 산책하던 캠핑카 할아버지가 서글서들한 손인사를 보냈다.

어제 캠핑장 직원이 알려준 전원시설은 모양을 보니, 3상 플러그가 있어야 사용할 수 있었다. 검색해보니 유럽 캠핑장 여행하시는 분들은 미리 알리에서 구입한다고 한다. 간밤에 세탁실에 꽂아둔 외장 배터리가 다행히도 그대로 있었다.

캠핑장 앞 주유소 샵에서 유쾌한 운전자 분들과 이젠 이마저도 맛있게 느껴지는 자동머신 커피를 마시고 길을 나섰다.

바스토뉴에서 어제 이탈한 유로벨로로 돌아가는 길은 어제 지나온 그래블 구간이어서 출발부터 기분이 좋았다.

스머프가 나올 것같은 숲길 구간을 몇번 지나친 후 나타난 삼거리. 건넌목을 건너 뒤돌아 보니 유로 문양 바탕에 벨기에 표시가, 앞에는 룩셈부르크 표시가 있었다. 국경을 넘어서 이번 여행의 네번째 국가인 룩셈부르크로 들어온 것이었다.

간판 외엔 국경이라고 나타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서슬퍼런 국경을 염두에 두고 살아온 한반도의 여행자에겐 없어서 더 강렬했다.

룩셈부르크는 1인당 gdp가 가장 높은 우리나라 전주시 크기만한 도시국가라고 한다. 유로벨로 따위는 관심이 없는지 하나의 자전거도로 표시를 따라가는 코스였다.

단지 차이라면 벌판에 한가로이 있는 소들이 벨기에의 근육질 흰 소에서 한우처럼 갈색 소로 변한 것이었다.

한가로운 라이딩이 불만스러웠는지 벌판에서 비를 만나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부슬비는 시간이 지나며 바람을 만나 더욱 거세졌다.

건너편에서 오는 자전거 라이더들은 모두 전조등을 켜고 우비를 입고 서둘러 지나쳐갔다. 헬멧에 달린 전조등도 있었다.

나는 캠핑때 사용하는 헤드랜턴을 가지고 왔는데 짐들 속 깊은 곳에 있어 찾아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체인스테이에 부착한 후미등은 아무리 눌러도 켜지지 않았다. 아마 방전이었나 보다.

나무 그늘에서 레인팬츠를 입으며 검색하니 룩셈부르크 숙소는 런던 수준의 가격이라 손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비바람이 거세져 찬찬히 살펴볼 겨를이 없었다.

그나마 저렴한 숙소를 예약하고 구글맵 자전거 경로에 의지해 조심스럽게 달려갔다. 몇번 거리를 지나고 건널목을 건넌 후 눈을 돌리니 우아하고 고고한 건물들이 룩셈부르크 중심임을 알려두었다.

기차 역 옆에 숙소에 짐을 풀고 요기힐 거리를 사러 나간 거리. 지사 약해져 멋진 야경이 오늘 애썼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객실에 오래된 라디에이터가 있어 비에 젖은 신발과 옷가지를 말렸다. 이나마 안전하게 도착해서 감사한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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