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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전거여행

유로벨로5 스테이지 16: Sarbenet - Strasbourg

by wandererj 2024.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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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또 비가 내렸는지 텐트 주변은 습기로 흥건하다. 해가 뜨길 기다리다 매번 생각보다 늦게 출발한다. 어떤 날은 기대대로 해가 떠서 텐트가 다 마른 채로 출발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흐린 날도 많았다.

주말 아침이라 거리는 한산했다. 다른 날에 비해 쉽게 유로벨로 루트로 복귀했다. 이날도 역시 운하 옆으로 난 자전거 길을 따라 달리면 목적지인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하게 되는 걸 알고있으니 맘이 편했다.

유로벨로5 gpx 파일을 구글맵에서 불러와서 현재 위치를 나타내는 파란 점을 보고 지리를 확인해왔는데, 운하를 따라 딜린 요 며칠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되었다. 지속적으로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은 좋았지만 지나온 플랜더스의 코블스톤이나 아르덴 지방의 낙타등에 비하면 좀 심심하기도 했다.

사실 세심하게 보면 운하에도 눈길을 끄는 것이 많았다. 물에서 날려고 도약할 때 검은 물새들은 날개보다 발을 이용해서 추진력을 얻는 것도 알게 되었다. 수많은 낚시하는 사람들을 자나쳤지만 실데로 고기를 잡는 순간은 포착하지 못했다. 수면 위로 물고기가 점프하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

이날 도착한 스트라스부르는 20세기 말에 축구선수 서정원 선수가 뛰던 도시로 처음 알고 있었다. 도시 이름도 엷은 푸른색 유니폼도 모두 이국적이어서 기억에 남았다. 기록을 찾아보니 이 걸출한 스트라이커는 불과 17경기를 출전했고, 데뷔전은 포함해서 4골을 기록했다. 여러모로 지금과 같은 해외 진출은 아니였다 보다.

도착하기 전부터 스트라스부르는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하며, 프랑스에서 가장 자전거 친화적인 도시라고 알고 있었다.

실제로 도심에는 사이클, 엠티비, 이바이크, 클래식 로드, 카고 바이크 등 온갖 종류의 자전거 라이더들이 약간 자동차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신호도 신경 안쓰고 좌회전도 하는데, 차량 운전자들도 그러려니 하는 태도로 자전거와 비슷한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도심 블럭마다 자전거 샵이 있는 것도 눈길을 끌었다.

사실 이 날은 알프스 너머 이탈리아에서 이번 시즌 마지막 모뉴먼트 레이스인 일 롬바르디아(Il Lombardia)가 열리는 날이었다. 역사상 한 선수가 이룰 수 있는 가장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타데이 포가차가 무려 4연패를 노리는 경기였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두 가지 시간 기준으로 추석 이후 출발해서 코모에사 일 롬바르디아 관전하기 였는데, 런던부터 코모까지는 꽤 먼 거리라는 걸 실제로 해보곤 깨달았다.

전날부터 Cycling frienfly pub in Stadbourg 등으로 아무리 검색해도 스트라스부르는 자전거 친화적인 도시라는 페이지만 나오고, 사이클 시합을 보며 응원하는 장소는 찾을 수 없었다.

크리스마스도 아닌데도 열리는 큰 규모의 플리마켓 근처의 스타일리시한 카페에서 플랫화이트와 치즈케익를 주문했다. 화장실은 카페 앞에서 파는 옷들을 입어보는 장소로 쓰여 이용할 수 없고, 커피와 케익도 매장 밖에서 먹어야 한다고 했다. 황당했지만 맛있어서 금방 괜찮아졌다.

내가 케밥을 먹을 때마다 인증사진을 보내면 너무 행복해하는 터키 친구가 있다. 예전엔 그의 반응때문에 자주 찾아 먹는건 아닌지 스스로도 궁금했는데, 시간이 오래 지나니 유럽 도시 별로 가격대비 가장 평균적으로 기대감에 부응하는 도네르 케밥을 먹으며 기운을 차렸다.

엑스 계정을 확인하니 포가차는 결승점을 50킬로미터나 넘게 놔두고 Sormano 업힐에서 어택을 시도하고 달려나가고 있었다. 경쟁자들은 또 역시 미지근한 반응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시즌 내내 그럴듯이 그의 어택은 성공할 것 같았다.

숙소에 도착해서 티비를 켜도 유로스포츠 채널은 목록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중계하는 유튜브 채널을 보니 상하의 모두 흰색의 레인보우 유니폼의 포가차는 역시 흰색 콜나고 자전거를 들고 결승선에서 세레모니를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기대한 대로였다. 저 모습을 코모에서 보고 싶었는데, 이번은 인연이 아니었나 보다.

숙소에 건조대가 있어 옷가지를 말리고, 숙소 근처의 탭하우스에서 소시지와 로컬 탭맥주를 마셨다. 도착한 지 반나절만에 오래된 이웃 도시같아진 스트라스부르에서 긴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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