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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전거여행/2024 유로벨로 5 or 비아 프란치제나(Via Francigena)

유로벨로5 스테이지 15: Bissert - Sabernet

by wandererj 2024.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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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새벽에 내린 이슬로 축처진 캠핑장의 아침. 마음마저 처질 수는 없어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옆 캠핑카의 할아버지들은 와인이 과하셨는지 아직도 잠잠하다.

승용차를 타고 캠핑장을 돌던 남자가 찾아왔다. 어제 전화 통화를 한 캠핑장 주인이었다. 의사랑 약속이 있어서 결제를 해주면 좋겠다고 카드 결제 기능이 있는 핸드폰을 내밀었다. 오랫만에 보는 효율성이 맘에 들었다.

어제에 이어 긴 운하를 따라 출발했다. 곳곳에 수문이 설치되어 있어 물의 흐름을 조절하고 배를 운하의 위아래로 옮겨주는 기능을 하고 있었다. 금요일이라 카트리나, 다이아나, 카르페 디엠 등의 이름응 가진 다양한 배들이 오고갔다. 가끔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는 남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유로벨로 코스는 Saar 운하를 타고 가다가 스트라스부르 방향으로 난 Marine-au-Rhin 운하로 갈아타는 교차점이 나왔다. 여행 초반에 다른 운하를 따라간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 육교를 넘으며 여러번 확인했다.

이 지역은 수백개의 거대한 연못으로 풍부한 물 생태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안내문이 있았다. Etang이 영어론 pond를 의미하는 걸 처음 알았다.

계속 평지라 체력 소모는 평소보다 덜했지만 아무래도 아침이 부실했는지, 자뚜 몸이 쳐졌다. 운하 옆에는 요기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몇번이나 검색한 끝에 작은 마을에 있늠 빵집(블랑제리)를 찾아갔다. 작은 가게지만 다양한 빵과 와인, 소시지를 팔고 있었다. 서툰 불어로 여주인과 소통하는게 재밌었는지 열심히 맥북을 다루던 남편이 농담을 던졌다. 마침 부인은 소리를 높여 노래를 불렀다. 영어를 하면서도 가만히 있던 남편이

'그녀는 런던에서 왔고, 정신이 나간 상태야.'

와이프를 두고 한 농담인데 맥락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오늘 금요일이라 기분이 좋은 거겠지'

'오! 하지만 그녀는일요일도 일해야돼'

더이상 프랑스식 농담에 대처하기 어려워 묵묵히 고기가 들어있는 로레인 지방의 전통 파이를 먹었다. 스페셜 에디션 크로와상을 보니 할로윈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부부의 따뜻한 인사를 받으며 다시 길을 나섰다.

오후가 될 수록 건물이나 나무들이 점점 스위스라고 해도 믿을만큼 미세하고 변하고 있었다. 스트라스부르가 다가올 수록 날렵한 로드 바이크가 지나쳐갔다. 혹시나 해서 핸드폰으로 지도를 체크하고 있는데 로드를 탄 무리들이 '스트라스부르, right' 이라 외치며 지나갔다. 길 잃을 염려는 접어두고 라이딩을 즐기라는 말 같았다.

이날 머문 Sabernet의 캠핑장은 이곳에 오기 위해라면 업힐도 가치있다란 리뷰가 있듯이 깨끗하고 슬로 라이프르 지향하는 곳이었다.

여전히 텐트를 가져온 캠퍼는 나 혼자였지만 폭우가 오면 대피할 시설까지 있어 마음이 놓였다. 특별하지 않지만 그래서 평화로운 금요일이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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