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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전거여행/2024 유로벨로 5 or 비아 프란치제나(Via Francigena)

유로벨로5 스테이지 21: Sursee - Sisikon

by wandererj 2024.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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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여행자 비비안은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인다. 샤워를 하고 오니 텐트를 다 정리하고 아마 아침을 준비하는 듯 했다. 괜히 자극이 되어 평소보다는 나더 분주하게 움직였다.

여행 시작한 지 3주만에 길을 함께 나서는 동반자가 생겼다. 그녀는 독일 큐브 브랜드의 투어링 바이크를 타고 있었다. 기어 박스에 벨트러 구성된 구동계라서 체인 오일이 필요없는 모델이었다. 하루에 90~100킬로미터를 탄다고 하니 계속 은근히 게으른 일정을 하던 내게 자극이 되었다.

아름다운 SEE 호수를 따라 난 길로 수다를 떨며 라이딩을 했다. 그녀는 로마를 지나 바리까지 가서 페리로 그리스 아테네까지 간다고 했다. 이유는 아테네에 친구가 있어서.

한참을 달려 도착한 루체른에는 오랫만에 많은 관광객들이 아름다운 호숫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공용 자전거 보관장소에 세워두고 거리를 돌아보았다. 스위스다운 나무다리를 지나 그녀가 지난 여행에서 사진을 찍었다는 장소와 아름다운 교회도 둘러보았다.

익숙한 이름의 한국 여행사 명패를 단 버스도 보였다. 루체른을 지나 가는 비를 뚫고 한참을 달려 도착한 도시에서 gpx파일을 따라가니 선착장이 나타났다.

미리 인지하지 못했는데 이날 목적지로 정한 fluelen에 가려면 배를 타고 호수 반대쪽으로 가야했다. 그래서인지 gpx 경로가 호수 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배 시간은 한참 남아 아무 생각도 없이 기다리려는 나와 달리 비비안은 독일어로 여러 사람과 얘기를 나누더니 버스를 타고 시계 반대 방향으로 가서 자전거로 플루엘렌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선 도저히 안될 것같은 자전거를 버스 뒷문으로 가져 올라가서 30분 정도 이동했다. 덕분에 아름다운 절벽으로 이어지는 호숫길을 감상할 수 있었다.

종점에 도착해서 복잡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보던 비비안은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다며 미간을 찌푸렸다. 종점부터 플루엘렌까지의 구간이 자전거로 가기엔 적당하지 않은 것 같다며 한참을 버스 기사와 의견을 나누었다.

내가 구글맵 자전거 옵션으로 확인하니 버스로 올라온 만큼 다운힐이어서 가능할 것 같았다.

주변의 풍광이 원래 루트로 갔으면 지나쳤을, 아름다운 광경이어서 왠지 운이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며 출발했다.

하지만 구글맵이 가리키는 경로는 한참을 계단으로 내려가야 하는 산책로였다. 둘다 잠시 당황했지만 선착장으로 돌아가기보다는 자전거를 끌고 산 아래로 내려가는 선택을 했다.

비비안은 씩씩하게 패니어를 어깨에 메고 내려다두고 다시 올라와서 자전거를 들더니 걸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반복하다 만난 산책하는 사람들이  안돼보였는지 가방을 대신 메고 내려가 주었다.

한 30분을 좁은 계단을 따라 내랴오니 호숫가 별장이 있는 마을에 도착했다. 그나마 이 정도를 다행이라 여기며 출발하려는데 내 오른쪽 슈즈에 클릿이 없었다. 그 와중에 비비안이 길에 뭔가 떨어져 있었다고 해서 다시 계단길을 200미터 정도 올라가니 볼트 하나가 없눈 클릿을 찾을 수 있었다.

작는 불운은 오후내내 계속되서 도착한 플루엘렌의 유일한 캠핑장은 텐트는 칠 수 없으니 10킬로정도 루트 상에서 뒤로 가서 Sisikon으로 가라고 했다.

아직 가능한 시간이라 간단히 식료품을 구임하고 가다보니 시시콘으로 가는 길은 공사로 자전거 이동이 불가능했다. 만난 이후 게속 씩씩하던 비비안은 상황이 분했는지 눈가를 훔쳤다.

나는 어제부터 왠지 그녀를 따라온 입장이어서 서투른 의견을 내기 어려워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우왕좌왕하던 두 사람이 어디선가 '시시콘!'이라 외치는 남자가 나타났다.

뒤 트레일러에 자전거 전용 거치대가 있는 버스는 공사 구간을 지나지 못하는 자전거 여행자를 위해 운영하는 공공 운송수단이었다. 이런 놀라운 공공 서비스라니.

다행히도 아름다운 호숫가에 도착해서 다이나믹했던 하루를 마무리했다.

한시름 놓으며 저녁준비와 통화를 같이 하던 그녀의 수화기에서 생일 축하 노래가 흘러나왔다.

생일에 가족을 떠나와 갑자기 다른 사람을 이끌며 산 길을 헤맨 날이 그녀의 생일이었다. 낮에 눈가를 훔치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몇번 축하인사를 건넸다.

여전히 큰 달이 걸려있는 루체른 호수에서 하루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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