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여행자 비비안은 오늘 라이딩 거리를 길게 잡아서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어제 타고 온 자전거 이동 버스를 타고 플루엘렌까지 가야했다. 비비안은 매시간 20분에 출발하는 버스의 출발지를 알려주고 홀연히 떠났다.
나도 이전 여행에서 가장 험난한 구간인 고타드패스를 넘는 날이라 한시간 후에 출발했다. 8시 22분경에 도착했는데 버스는 없었다. 설마 빈 차로 출발했을까 하고 기다렸는데 금방 버스가 나타났다.
한쪽 팔이 불편한 기사분을 도와 자전거를 실었다. 정시에 출발했는데 나를 보고 유턴했다고 하셨다. 스위스는 정시 출발하는 나라였다.
플루엘렌 리들 슈퍼마켓에 매려주셔서 자전거를 다시 손보고 있는데 지나가늠 사람들이 행선지를 물어보더니 기운을 복돋아주었다.
지난 날 잃어버린 클릿 볼트 때문에 찾아간 자전거 샵은 시마노 부품 전문샵이어서 쉽게 문제를 해셜했다. 젊은 미캐닉은 맛있는 커피도 주고 주차장까지 와서 내 자전거 셋업을 구경했다.
고타드로 향하는 코스는 계곡을 따라난 아름다운 루트였다. 그건 구글맵으로만 수없이 본 작은 마을들을 지나 안더마트에 도착했다. 캐년 자전거를 탄 쌍동이 청소년들이 지나쳤는데 슈퍼마켓 앞에서 다시 만나 매튜 반더폴 농담을 던졌다.
안더마트엔 악마의 다리와 러시아 참전졍사 추모비 등 유명한 포인트가 있었는데, 업힐에 골몰하느라 사진도 찍지 않았다.
비비안과 왓츠앱으로 소통했는데 오류가 있어서 그녀는 내 뒤에 있다고 생각했다. 길이 엇갈렸나 싶어서 페이스를 늦추고 자꾸 뒤를 돌아좠다.
하지만 나중에 확인하니 그녀는 나보다 일찍 출발한 만큼 더 빠르게 고타드를 통과해 다운힐을 하고 있었다.
토요알이라 타가 많았는데, 복잡한 헤어핀이 있으면 자전거 통행로가 따로 나있어 크게 위험하지는 않았다. 특히 정상 앞 3킬로미커 있는 코븡스톤 구간은 차량 통행이 통제되어 있어 홀로 올랐다.
연이은 라이딩에 지쳤는지 체력이 거의 소진될 때야 고타드패스 정상에 올랐다. 생각보다 작은,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은 표지판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확인해보니 온도가 무려 3도였다.
다운힐 준비를 위해 긴 바지를 입고 있는 내 모습이 딱해보였는지 차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이 와서 혹시 뭐 필요한 게 없는 지 물어보았다.
꽁꽁 싸매고 시작한 다운힐은 그간 수없이 본 돌길 트레몰라를 내려오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내려온 고라니가 한마리만 텅빈 돌길을 내달리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트레몰라 스위치백은 벨로드롬처럼 경사지게 되어있어 속도를 유지하면 턴을 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긴 다운힐 중에 시작한 비는 점점 강해가고, 어둑어둑 해지고 있었다.
당초 비비안과 만마기로 한 벨린조나까지 가기엔 무리여서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파이도에서 켐핑장을 찾았다.
다행히도 문을 닫으려는 빵집에서 브리오슈와 맥주를 사서 저녁을 해결했다.
역시나 홀로 비내리는 캠핑장에서 오늘 지나온 길을 떠올리며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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