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라 어떻게 요기를 할까 고민했었는데 캠핑장 리셉션을 겸하는 건물에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드나드는게 텐트에서도 보였다.
어제 문을 닫으려던 빵집에 동네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차를 타고 와서 빵을 사고, 아이들과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옆 테이블의 대화 속에서 이탈리아어 단어가 나온 것까진 그랬는데 빵집 직원들도 다 이탈리아어로 인사하고 빵 종류도 설명해주었다.
여행 계획하면서 듀오링고로 10달 정도 공부한 내 이탈리아어로 얼마나 소통이 가능할 지 궁금해졌다. 왜 이탈리아어를 하냐고 물어보니 당신은 지금은 이탈리아어를 사용하는 스위스 지역 에 왔다고 웃으며 알려주었다.
이탈리아어 사용 지역에 들어오자마자 놀라운 변화는 커피맛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졌고, 텐트 안에는 모기가 들어와서 괴롭혔다.
밤새 내린 지로 젖은 텐트를 말리고 이른 시간에 출발했다. 마치 설악 계곡을 따라 난 한적한 길을 내려왔다. 어제 오후주터 내린 비의 양이 많았는지 계곡 물은 보기에도 늘어나 있었다.
마을을 잇는 벌판에는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겨 있었고, 도로 공사구간은 진흙더미가 어지럽게 놓여져 있았다. 독일 여행자 비비안은 전날 빗 속에서 어떻게 이 길을 40킬로미터나 더 라이딩 한 걸까 불가사의했다.
비가 안왔으면 전날 오려고 했던 벨린조나까지는 완만한 내리막이 계속되서 피로한 다리를 쉬게 할 수 있었다. 도중에 경찰차가 길을 막고 있었는데 어려 보이는 남자 아이들 여럿이 모터바이크를 타다가 제지 당한 채,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지나가는 나를 웃으며 쳐다보고 있었다. 사는게 많이 다르지 않다.
스위스에서의 마지막 밤은 루가노 호수의 캠핑장에서 보냈다. 동네 근처에서 자주 라이딩하는 곳이 호명산으로 가는 청편호수인데, 궁금해하는 지인들에게 이탈리아 코모호수가 아마 이렇지 않을까 라고 하곤 했다. 코모에 가보지도 않았으면서.
이제 그 코모를 바로 앞에 두고 만난 루가노 호수가 규모만 다를 뿐 청평호와 많이 닮아 있었다. 물을 오른 쪽에 두고 고급스런 주택이 늘어서 있고 왼쪽으론 카페와 음식점이 계속 나타났다.
무엇보다 멀리서부터 큰 소리로 달려와 지나치는 바이크와 스포츠카들과 함께 달리는 게 무엇보다 비슷한 점이었다.
비비안이 먼저 자리잡은 캠핑장은 호수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다. 전날 고타드를 넘어 110킬로미터를 달린 그녀는 이날은 60킬로만 달리고 너무 일찍 도착해서 산책을 한참했다고 오히려 아쉬워했다. 앞으론 그녀와 페이스를 맞추기 어려울 거란 예감이 들었다. 수없이 많은 대화 속에서 은근 내가 더 경험많은 라이더라는 인상을 며칠이나 주었던 것 같은데 곧 진실의 시간을 대면해야 할 것 같았다.
아름다운 캠핑장에서 역시나 쿱 슈퍼마켓에서 산 콜드 파스타와 맥주를 마시며 어두워지는 루가노 호수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알프스를 넘은 게 이제서야 실감이 났다.
'해외 자전거여행 > 2024 유로벨로 5 or 비아 프란치제나(Via Francigen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로벨로5 (비아 프란치제나) 자전거 여행, 로마에서 마무리 (4) | 2024.11.05 |
---|---|
유로벨로5 스테이지 22: Fluelen - Gotthard pass - Faido (4) | 2024.10.26 |
유로벨로5 스테이지 21: Sursee - Sisikon (3) | 2024.10.25 |
유로벨로5 스테이지 20: Basel - Sursee (6) | 2024.10.22 |
유로벨로5 스테이지 19: Cernay - Basel (5) | 2024.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