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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전거여행

유로벨로5 스테이지4: Lens - Lumegies

by wandererj 2024.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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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는 랑스에 대해 잘 몰랐는데 예전 탄광 도시여서 석탄 가루를 쌓아놓고 역사를 보존하고 있고, 축구팀은 인구 3만에 걸맞지 않게 지난해 챔피언스 리그에도 진출할만큼 리그앙의 강팀이었다. 어제 거리의 인파가 내뿜는 분위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숙소에서 나와 근처에 있는 루브르 박물관 랑스 분점으로 향했다.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일본 건축가 세지마 카즈요가 설계한 건물이라고 건축학과 교수인 친구가 알려주었다.


가는 도중에는 예전 탄광 근로자들이 거주했던 주거단지가 보존되어 있었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루브브 랑스는 은색으 낮은 벽을 컨셉으로 주위의 경관을 해치지 않는 건물이었다. 자전거도 그렇고 시간도 일러서 전시관엔 들어가지 않았다.


바로 인근에 어제 사람들이 몰려가던 라싱 클럽 랑스 축구팀의 스타디움에 들러 사진을 여러장 찍었다. 예전 이 지역이 스페인 식민지여서 유니폼 색이 스페인 국기에서 따온 노란색과 붉은색인 것도 특이했다.


여행 중에.지방 소도시에서 축구경기를 보는 것이 오랜 바램 중 하나인데, 자전거 여행의 특성상 이루어지기 떠들썩했던 어제와 달리 적막한 랑스 시내를 가로질러 오늘의 목적지인 아렌버그를 향해 방향을 잡았다.


랑스 기차역을 지나면서 음식냄새가 나서 지나친 후에 한참이나 뭔가 신경써야 할 일을 놓친 기분이었는데, 나중에야 일요일인걸 떠올렸다.


마트나 식당이 문을 닫을 걸 대비하지 못한게 영 찜찜했다. 하지만 여러 도시를 지나고 운좋게도 문을 연 마트를 발견했다. 짐 속에서 가벼운 천가방을 꺼내 빵과 음료를 담았다. 하지만 이게 유일한 보급 기회였고, 나중에야 양도 부족했음을 알게되었다.

원데이 모뉴먼트 레이스 중 가장 강렬한 파리-루베는 4월에 열린다. 전쟁으로 피해가 막심했던 북쪽 도시 루베를 부흥시키려는 의도로 만들었다고 한다. 투어 오브 플랜더스와 함께 파베라고 불리는 돌길 구간을 달려야하는 코블스톤 클래식이다.


비가 오면 진흙투투성이 돌길에서 극한의 레이스가 펼쳐져 'Hell in the north'란 애칭으로 불린다. 이날 가는 아렌버그 숲은 그 구간 중 곧게 난 숲길을 달리는 가장 유명한 구간이다.

사실 한국에서 수없이 봐서 숲까지 가는 길이 왠지 낯설지 않았다. 숲 입구에는 헬기 중계때마다 보던 석탄공장이 있었고, 당연하겠지만 실제로 숲과 돌길은 거기에 있었다.


기대와는 달리 대단한 기념물은 없었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찾아간 오래된 사이클링 팬에게는 버킷리스트 맨 위의 하나를 이루는 순간이었다.

2킬로미터 조금 넘는 숲의 돌길 구간을 천천히 라이딩했다. 돌길 옆으론 중계에서 보던 관중들이 서있는 흙길도 있어 라이딩하긴 수월했다.


사진과 동영상을 여러장 찍고나니 레이스가 았는 4월에 다시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리스트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숲 자체가 자연공원이어서 캠핑도 하고싶었지만 캠핑장은 운영하지 않았다.

10킬로미터를 더 달려 찾아간 캠핑장 구석에 텐트를 치고 하루를 마무리 했다. 달팽이 모양 빵 두개와 물 반병이 전부였지만 텐트 속에서 지나온 아렌버그 숲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마음은 충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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