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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전거여행

국토종주 : 오천-금강자전거길 2일차(3.17)

by wandererj 2023.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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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날 좀 길게 라이딩하고 군산에서 여유 있게 버스로 복귀하려는 마음으로 서둘러 출발 준비를 마쳤다. 게스트하우스 근처에 사과냉면을 파는 식당이 있어서 먹어보려 했으나 아직 준비가 안 돼있다고 하셔서 편의점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로 요기를 하고 라이딩을 시작하였다.

 

새재 자전거 길은 2018년에 부산에서 서울로 종주할 때와 충주댐 인증하러 와본 적이 있어 익숙한 풍경이었다. 온천관련 시설이 많은 수안보는 시간이 지날수록 도시 자체가 나이를 빠르게 먹어가는 느낌이었다. 충주, 수안보를 지나는 코스는 종주 자전거길을 의미하는 파란색 줄이 길가에 표시되어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차량과 함께 달리는 국도였다. 평일이라 주행하는 차량은 많이 없었지만 가끔 고라니도 나타나고 공사구간이 여러 군데 계속 있어 신경을 쓰며 라이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문경새재 업힐에 들어서니 부산까지 종주하는 자전거 라이더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각각 자전거 등 준비나 라이딩 경력이 달라 힘겨워하는 정도가 달라보였다. 예전에 문경에서 한옥 건물의 스타벅스와 막걸리를 같이 주는 추어탕 식당에서 밥을 먹은 기억이 나서 기대를 갖고 다운힐 했지만 오천 자전거길은 행촌교차로에서 갈라져서 다른 코스를 타야 해서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오천 자전거 길도 시골 마을과 천변을 거쳐 계속 되는 한적한 길이어서 시골 슈퍼에서 군것질로 요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규모가 있는 증평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아이스라테도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뭔가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고르고 싶었으나 오랜 코로나로 인한 불경기 때문인지 여러 식당들이 폐업한 상태였다.

어젯밤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를 숙박어플에서 세종시, 공주 지역에서 검색하니 공주 근방에 예약이 가능한 숙소가 있었다. 하지만 뭔가 갑자기 상승한 온도와 적절한 시간을 놓쳐버린 식사때문인지 해가 지기 전에 공주까지 갈 컨디션이 아니었다. 

 

일단 가능한 곳까지 라이딩 한 후 가능한 곳에서 숙소를 잡아야 했다. 이후 코스는 농로와 천변을 따라 지루하게 이어진 자전거 길이었으며 새해 농사를 시작하는 봄철이어서 그런지 고약한 퇴비냄새가 후각을 괴롭히는 환경이었다.

 

세종시를 못미쳐 조치원 근처에서 길을 잘못 들어 헤매다가 해가 져버렸고 조치원 읍내에 들어가 처음으로 보이는 모텔에서 숙박할 수밖에 없었다. 기형도 시인의 '조치원'이란 시를 좋아하는 시절이 있었는데 실제로 와본 건 처음이다. 

 

그러나 서울은 좋은 곳입니다. 사람들에게 분노를 가르쳐주니까요.
덕분에 저는 도둑질 말고는 다 해보았답니다.
조치원까지 사내는 말이 없다.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의 마지막 귀향은 이것이 몇번째일까.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입속의 검은 잎」 1989

 

몇몇 식당에서 1인분이 어렵다고 퇴짜를 맞아서 시 속의 조치원 사내에게 감정이입을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다행히 찌개메뉴가 가능한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숙소는 근처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주로 묵으시는지 복도에 담배냄새가 자욱했다. 요즘 잘 보는 블룸버그 채널이 나와서 뭔가 생경한 분위기 속에 쓰러지듯 잠에 빠졌다. 

 

2일차는 충주에서 조치원까지 137.79km를 라이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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