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숙객의 대부분이 새벽부터 일하러 가야 해서인지 몰라도 아침 일찍부터 부산스러운 소음이 벽을 넘어 전해졌다.
목욕탕을 같이 운영하는 낡은 모텔이었지만 그만큼 숙박비도 저렴하고 독립된 비품창고에 자전거도 보관할 수 있어 다행스러웠던 숙소를 뒤로하고 세종보를 향해 길을 나섰다.
토요일이어서 세종시 근처에는 동호회 단위의 라이더들도 자주 만나서 전날의 지나치게 고즈넉하던 전날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군산에서 5~6시경에는 출발하는 버스를 타야 너무 늦지 않게 귀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바빠졌다.
세종시를 지나 공주에 다다르니 주말답게 관광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공산성과 무녕왕릉 주변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평소에는 즐겨 선택하지 않았을 달달한 밤라테도 마시며 충전했다.
이후 백제보를 지나 공주 부여 익산을 거치는 금강 자전거길은 흡사 카미노 길의 메세타 평원처럼 넓은 억새밭이 펼쳐져 좀 지루하지만 잘 왔다는 생각을 들게 해 주었다. 특히 부여를 지날 즈음 마음속에 오래 간직하고 있던 대학시절 후배의 고향 지명을 보며 이제는 고인이 된 후배를 떠올릴 수 있어 이번 여행이 더 특별해지는 감정이었다.
익산 성당포구 근처에 다달러 공사구간 때문에 동네를 가로질러 우회했어야 하는데 길을 물어보는 현지 주민분들이 세세히 가르쳐주셔서 큰 어려움 없이 종주 길로 복귀할 수 있었다.
100km 넘게 사흘째 라이딩하다 보니 안 그래도 경직된 목과 등이 점점 거슬려 틈나는 대로 스트레칭을 하며 금강하굿둑까지 무사시 도착할 수 있었다. 어디서 출발했는지 비슷한 경로를 달리는 여행자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군산에 도착하자 그간 검색했던 군산의 식당들에 가보겠다는 생각은 깨끗이 사라져 버스터미널 앞 편의점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서울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간 수없이 자전거를 버스에 싣는 과정에서 느꼈던 불친절함이나 번거로움이 전혀 없이 짐칸에 내 자전거만 실을 수 있었다.
자전거 종주코스 곳곳이 패여서 요철이 많고 숙소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아 다음에는 더 넓은 타이어의 투어링 자전거를 이용한 바이크패킹 스타일로 다시 여행을 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고속버스를 이용한 복귀도 맘에 들었지만 고속터미널에서 차를 주차해 놓은 왕숙천변까지 야간라이딩을 약 한 시간 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조금 힘든 경험이었다. 다음부터는 동서울터미널로 복귀하는 차편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자 마음먹었다.
양평, 여주, 충주, 증평, 조치원, 세종, 공주, 부여, 익산, 군산 등 평소 지명만 듣고 실제는 가보지 못하는 도시들을 내륙에서 서해안으로 관통하는 경로의 여행이어서 이른 봄의 다양한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였다.
마지막 날은 조치원에서 군산까지 135.11km, 고속터미널에서 왕숙천까지 24.08km를 라이딩하였다.
'국내 자전거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산강-섬진강 자전거길 종주 3일차(4.1) (2) | 2023.04.16 |
---|---|
영산강-섬진강 자전거길 종주 2일차(3.31) (0) | 2023.04.16 |
영산강-섬진강 자전거길 1일차(3.30) (0) | 2023.04.16 |
국토종주 : 오천-금강자전거길 2일차(3.17) (0) | 2023.04.07 |
자전거 국토종주 : 오천-금강 자전거길 여행 1일차 (3.16) (0) | 2023.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