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 자전거여행

자전거 국토종주 : 오천-금강 자전거길 3일차(3.18)

by wandererj 2023. 4. 8.
728x90

투숙객의 대부분이 새벽부터 일하러 가야 해서인지 몰라도 아침 일찍부터 부산스러운 소음이 벽을 넘어 전해졌다.

목욕탕을 같이 운영하는 낡은 모텔이었지만 그만큼 숙박비도 저렴하고 독립된 비품창고에 자전거도 보관할 수 있어 다행스러웠던 숙소를 뒤로하고 세종보를 향해 길을 나섰다.

 

토요일이어서 세종시 근처에는 동호회 단위의 라이더들도 자주 만나서 전날의 지나치게 고즈넉하던 전날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군산에서 5~6시경에는 출발하는 버스를 타야 너무 늦지 않게 귀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바빠졌다.

 

세종시를 지나 공주에 다다르니 주말답게 관광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공산성과 무녕왕릉 주변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평소에는 즐겨 선택하지 않았을 달달한 밤라테도 마시며 충전했다.

이후 백제보를 지나 공주 부여 익산을 거치는 금강 자전거길은 흡사 카미노 길의 메세타 평원처럼 넓은 억새밭이 펼쳐져 좀 지루하지만 잘 왔다는 생각을 들게 해 주었다. 특히 부여를 지날 즈음 마음속에 오래 간직하고 있던 대학시절 후배의 고향 지명을 보며 이제는 고인이 된 후배를 떠올릴 수 있어 이번 여행이 더 특별해지는 감정이었다. 

익산 성당포구 근처에 다달러 공사구간 때문에 동네를 가로질러 우회했어야 하는데 길을 물어보는 현지 주민분들이 세세히 가르쳐주셔서 큰 어려움 없이 종주 길로 복귀할 수 있었다.

 

100km 넘게 사흘째 라이딩하다 보니 안 그래도 경직된 목과 등이 점점 거슬려 틈나는 대로 스트레칭을 하며 금강하굿둑까지 무사시 도착할 수 있었다. 어디서 출발했는지 비슷한 경로를 달리는 여행자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군산에 도착하자 그간 검색했던 군산의 식당들에 가보겠다는 생각은 깨끗이 사라져 버스터미널 앞 편의점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서울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간 수없이 자전거를 버스에 싣는 과정에서 느꼈던 불친절함이나 번거로움이 전혀 없이 짐칸에 내 자전거만 실을 수 있었다.

자전거 종주코스 곳곳이 패여서 요철이 많고 숙소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아 다음에는 더 넓은 타이어의 투어링 자전거를 이용한 바이크패킹 스타일로 다시 여행을 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고속버스를 이용한 복귀도 맘에 들었지만 고속터미널에서 차를 주차해 놓은 왕숙천변까지 야간라이딩을 약 한 시간 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조금 힘든 경험이었다. 다음부터는 동서울터미널로 복귀하는 차편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자 마음먹었다.

양평, 여주, 충주, 증평, 조치원, 세종, 공주, 부여, 익산, 군산 등 평소 지명만 듣고 실제는 가보지 못하는 도시들을 내륙에서 서해안으로 관통하는 경로의 여행이어서 이른 봄의 다양한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였다.

 

마지막 날은 조치원에서 군산까지 135.11km, 고속터미널에서 왕숙천까지 24.08km를 라이딩하였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