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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전거여행

영산강-섬진강 자전거길 종주 2일차(3.31)

by wandererj 2023.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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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만우절이자 장국영이 세상을 떠난 지 20주기라고 새벽에 잠깐 들어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알려 주었다. 일어나서 장국영의 노래 몇 곡을 들었다. 내가 간밤에 게스트 하우스에 머문 유일한 손님이었던 거 같다.

영산강에서 섬진강으로 넘어가는 일정이어서 아침을 좀 든든히 먹고 출발하려고 지도 어플로 검색을 해보았다. 송정역 맞은편에 국밥집이 여러 곳이 있었고 그중 평점이 높은 식당으로 이동하여 맑은 국물의 순대국밥으로 아침을 해결하였다. 전통시장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시장은 아마 도시재생 사업 등을 진행하는지 젊은 취향의 트렌디한 상점들과 오래된 상점들이 사이좋게 공존하는 분위기였다.

항상 그렇듯이 몇번이나 방향을 다시 잡아 어제 나왔던 자전거길로 복귀하였다. 금요일이어서인지 야외활동을 하는 어린이집 학생들이 많아 조심해서 진행하였다. 자전거길 근처에 프랜차이즈 카페도 있어 오랜만에 아이스라테도 마시며 여유를 부렸다.

첫날과 마찬가지로 공사구간이 여러군데 있었지만 간간이 나오는 벚꽃길과 특히 담양에서 만난 대나무로 둘러싸인 길을 주행하는 호사를 누렸다. 쉴 때마다 영산강 코스의 종점인 담양댐 인증센터에서 섬진강 코스의 시점인 섬진강댐 인증센터까지 이동하는 방법을 검색해 보았다.

담양댐 인증센터 주변에서 오만원인가 비용을 지불하고 자동차로 점프하는 방법, 국도를 약 30km 이동해서 자전거로 이동하는 방법, 담양메타세쿼이아길 인증센터에서 국도로 섬진강댐 향기유원지 인증센터까지 이동후 섬진강댐 인증센터까지 왕복하는 방법 중 선택해야 했다. 
 
첫 번째는 국내 자전거 여행의 본질에 반하는 것 같아 제외하고, 둘째는 중간에 터널을 지나야 하는데 어제 후미등을 분실해서 꺼려졌다. 2019년에 랜도너스 중 차량과 추돌사고 이후 가급적 국도 라이딩이 더 신경이 쓰이는 것 같다. 세 번째는 해당 구간이 편도 50km 정도여서 왕복하면 마지막날 동광양에서 동서울로 가는 버스가 오후 4시 30분이어서 전체적으로 일정을 촉박하게 만들게 하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결국은 향기유원지 인증센터에서 섬진강길 코스를 시작하고 지나지 못한 두 군데 인증센터는 나중에 다시 오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낙동강코스의 안동댐, 오천코스의 대청댐 등도 들르지 않아 나중에 댐을 일주하는 라이딩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메타세쿼이아길 인증센터에서 섬진강으로 합류하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길은 중간중간 표시가 보이지 않아 여러 번 교차로에서 고민하다 카카오맵이 안내하는 대로 24번 국도를 따라 순창으로 이동하여 점심식사를 하였다. 나중에 섬진강길에 표시를 보니 보다 한적한 연결코스가 있는 것 같다.

향가유원지부터 곡성, 구례를 잇는 섬진강 코스는 아마 일년중 가장 풍광이 좋은 시기인 듯했다. 전날에 비해 혼자, 여러 명으로 달리는 자전거 여행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섬진강댐 인증센터 근처에 강진터미널이 있어 서울에서 곧바로 내려오기도 편리하다는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섬진강길은 사진으로 남기지 않고 지나가는 것이 조금 죄스러울 정도로 벚꽃이 터널형태로 계속되었다. 자전거 길에 게스트하우스 간판이 여러 곳 보였지만 시간이 여유가 있고, 다음날 일찍 출발하면 센트럴행 고속버스를 점심경에 탈 수 있을 거 같아 구례까지 라이딩을 진행하였다.

그간 지명만 알고 있다가 처음으로 와 본 구례는 코로나 거리두기 조치가 없어진 후 첫 벚꽃축제가 개최되는 등 주말 관광객이 많아 숙소를 쉽사리 찾을 수 없었다. 시내에서 우왕좌왕하다가 주인께서 극성수기 요금이라고 설명하는 숙소에서 머물 수밖에 없었다. 인근에 축제장이 있어서 노랫소리가 들리기도 했지만 뭐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어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나 말고도 다른 여러 자전거 여행자가 숙소를 구하는데 고군분투하는 걸 보면, 이 시기 섬진강 길 숙소는 미리 예약을 하던지 아니면 한 주정도 간격을 두고 방문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날은 여행자의 숙명같은 모든 번거로움을 상쇄해주는 멋진 봄날의 풍광 속에서 총 132.34km 거리를 라이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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