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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곳

누들 라이딩: 답십리 성천막국수

by wandererj 2023.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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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가보려던 막국수 집 리스트에 있던 답십리 성천막국수를 가보았다.

여름이라 점심 시간에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 휴식 시간인 3시 직전에 가는 게 오히려 기다리지 않을 것 같았다.

 

왕숙천에서 강북 쪽 자전거 도로로 주행하여 중랑천 합류지점까지 라이딩하였다. 한양대를 왼쪽으로 두고 청계천을 거슬러 올라가서 차도로 10분 정도 주행하면 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지도 어플을 세세히 보지 않고 감으로 라이딩을 했더니 살곶이 다리까지 올라갔다가 되돌아와서야 제대로 경로를 찾았다.

버스가 다니는 도로에서 한 블록 주택가로 들어간 골목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오후 2시가 지나서 식당 앞에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자전거를 둘 곳이 마땅치 않아서 잠깐 머뭇거리고 있으니 직원 분이 오셔서 대기석으로 마련해 놓은 플라스틱 의자에 묶어 놓으라고 하셨다.

자동차로 오면 공영주차장 주차비 일부를 지원해 준다고 벽에 써있었다. 식당 창이 불투명해서 자리에서 밖이 보이지 않는 것이 좀 아쉬웠다.

 

성천이라는 상호는 창업주가 사시던 평안남도의 지명에서 따온 것이며 현재는 3대째 운영하고 있다고 벽에 적혀 있다. 예전에 가수 성서경의 유튜브에 나온 식당은 논현점이고 답십리가 본점이라고 한다.

 

원래 막국수에 양념장이나 김가루, 기름이 올려져 나오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곳의 막국수는 면과 동치미 육수, 조금의 얼음만 올려져 나온다. 예전에 먹던 막국수의 원형이 이런 형식이 아니었나 싶다.

뭔가 쿰쿰한 육수에 머뭇거리다가도 역시 더운날 라이딩을 한 덕분인지 곱배기 한 그릇을 금방 비워냈다. 따로 통에 담겨 있는 양념장도 투박한 맛이어서 크게 자극적이지 않았다. 혼자 오시는 분들이 많은 지 제육과 막국수 조합의 1인 메뉴도 있었다.

가끔 지인 중에 평양냉면을 처음 먹었을 때 무슨 맛인지 몰라 당황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곳에 오면 비슷한 감상일 거 같다.

 

예전 냉장시설이 좋지 않았던 시절에 가을, 겨울에 이런 국수를 먹지 않았을까 한다. 개인적으론 이렇게 원형 그대로 개성 있는 음식을 좋아해서 불만은 없었다. 다만 밖이 보이지 않아 다이소 자물쇠로 대충 묶어 놓은 자전거가 좀 걱정스러운 게 흠이었다.

 

돌아오는 길은 답십리 촬영소 고개를 넘어 장안동에서 중랑천 자전거도로를 이용하여 태릉 쪽으로 라이딩하였다. 사회생활 초반을 보낸 동네인데 남아있는 식당은 돈가쓰 집 하나이고 대부분이 바뀌어서 낯설었다.

 

더운 날씨에 80킬로미터 정도 라이딩했지만 오랫동안 위시리스트에 있던 막국수를 먹을 수 있는 소박하고 충만하게 해주는 6월의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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