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ro Cycling

2023 TDF Stage 7: Unfinished fairy tale

by wandererj 2023. 7. 8.
728x90

'식인종'이란 별명을 가진 벨기에의 에디 먹스는 사이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라이더이다.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는 3대 그란 투어(지로 5, 투르 5, 부엘타1)와 5대 모뉴먼트 클래식(밀란-산레모, 투어 오브 플랜더스, 파리 루베, 리에주 바스토뉴 리에주, 일 롬바르디아)을 모두 우승했다.

월드 챔피언에게 주어지는 레인보우 져지도 세번이나 입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

1960~70년대가 전성기였으니 경쟁의 정도나 경기환경은 현재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는 불멸의 라이더라고 할 수 있다.

그의 기록 중 하나가 투르 스테이지 우승을 34회 차지한 것인데, 50년이 지난 이 기록에 마크 카벤디쉬가 프로 마지막 시즌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팀 로스터에서 탈락해서 도전 자체가 원천적으로 차단된 아픈 기억이 있다.

근육질의 스프린터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는 카벤디시에겐 전날 투말레를 넘은 이후 기다리고 있는 오늘의 평지 스테이지가 기록 경신을 위한 최고의 기회였다. 큰 체구의 스프린터들에게 7월의 피레네를 오르는 것은 가혹한 형벌이기 때문이다.

사이클은 잦은 팀간 이적,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간 경쟁의식 등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
다른 팀에 속한 선수들 간의 협력도 자주 볼 수 있는 스포츠이다.

지난 지로에서 이네오스 팀의 게런 토마스는 전날 전체 레이스 리더 자리를 뺐겼지만, 다음날 마지막 경기에서는 옛 동료 마크 카벤디시를 우승으로 이끄는 리드 아웃 역할을 했다. 형제같은 동료를 도왔을 뿐이라고 인터뷰에서 당당히 얘기하는 모습이 신산했다.


마지막 직선 스프린트 구간에서 다른 팀 선수들에 둘러싸려 있어도 이 살아있는 전설의 스프린터는 고요해 보였다. 그다지 심한 견제를 받는 것처럼 보여지지도 않았다.

 

우연히라도 카벤디시와 낙차에 휘말린다면 아마 그 선수는 남은 커리어 내내 팬들의 원망의 대상이 될 것이다.

번치 스프린터가 시작되고 보이지 않던 카벤디쉬가 안쪽 라인을 찾아 손쉽게 선두 위치를 차지했다.


사이클링 팬이라면 너무도 익숙한 전개이다.

그는 맹크스 미사일이라는 별명처럼 결승선을 넘고,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시그니처 세레모니를 할 것이다.
그러곤 감격에 겨워 펠로톤의 거의 모든 선수와 기쁨을 나눌 것이다. 중계진의 목소리도 평소보다 흥분의 정도가 다르다.

하지만 매일의 결말이 동화같지는 않다.

기어에 문제가 있는 듯 카벤디시의 속도가 멈칫하는 잠깐의 사이, 인내하며 그의 뒤에 위치한 그린 져지 야스퍼 필립센이 역전에 성공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넷플릭스 투르 드 프랑스 시리즈가 드디어 한국 사이트에도 올라와서 시청하다 보니, 야스퍼 필립센과 파피오 야콥슨을 혼동하는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벌써 올 투르에서 세번째 스테이지 우승이다.


경기후 카벤디시가 팀 미캐닉에게 문제를 얘기하는 영상을 보았다. 예전처럼 신경질을 부리지 않는 걸 보니, 스스로도 불운을 감내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미 전설적인 레이서이지만 아직 14번의 스테이지가 그에게 또다른 불멸의 기록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로 남아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