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ro Cycling

2023 부엘타 아 에스파냐 스테이지 1 @ 바르셀로나 (feat. 알베르토 콘타도르)

by wandererj 2023. 8. 27.
728x90

시차 적응을 하기 위해 낮에 시에스타를 했는데 깊게 잠들어버려 일어나보니 이미 6시 30분을 지나고 있었다.

오늘 스테이지 출발 장소인 마리나 항구까지 가기엔 이미 시간이 늦어서 호텔 바로 다음 거리인 Calle Arago로 서둘러 이동했다. 예보대로 빗방울이 흩뿌리고 있어 레인자켓을 입었다.


한산하던 아침과 달리 거리 전체를 가족 단위의 관중들이 철제 배리어를 따라 자리잡고 있었다. 첫 출발팀인 Caja Rural팀이 출발하고 날씨가 험악해지더니 번개와 천둥이 치기 시작하며 날이 어두워졌다.

직선주로에서는 선수 개개인을 가늠하기도 어려운 속도로 지나가서 에스파냐 광장 쪽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관전했다. 호안 미로 공원 옆소방서를 지나 알리안츠빌딩으로 향하는 90도 좌회전 턴 구간에는 발 딛을 틈이 없었다.

옛 투우장을 쇼핑센터로 개조한 에스파냐 광장 초입에서야 자리를 잡고 22개팀이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관중들의 예상대로 미끄럽고 어두운 환경때문에 두 팀이나 눈앞에서 낙차를 했다. 바닥이 젖어있어 큰 부상은 없어보였다.

2분 간격으로 출발해서 다음 팀이 올 때까지 관중들은 중계영상이나 라디오를 들으며 순위를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중계 헬리콥터가 일으키는 바람으로 우산이 날라다니고 비는 멈추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관중들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휴가철이기도 해서 주변에는 영국, 프랑스, 콜롬비아 등 다양한 관중들이 배리어를 두들기며 선수들을 반겼다. 몇몇 팀카에서는 창문을 열고 그런 관중들의 모습을 촬영해가며 서로 즐기는 분위기였다.

경기결과는 예상 외로 DSM팀이 가장 빠른 시간으로 피니시했고, 홈팀 모비스타는 간발의 차이로 2위에 머물렀다. 3위는 EF팀이 차지했다.

팀타임 트라이얼에서도 월등한 실력을 과시하던 욤보비스마팀은 잘 정비되지 않은 대형으로 앞을 지나갔는데 초반에 요나스 빙예가르의 타이어가 펑크가 났다는 뉴스를 보았다.


시상식은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FIRA BARCELONA 건물과 요즘은 가뭄으로 운영하고 있지 않다는 분수대 앞에서 이뤄졌다. 가까이 가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관중이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시상식을 마치고 분수대 우측 육교 아래에서 잠시 비를 비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알베르토라고 외치고 있었다. 오늘 이탈리아 선수가 우승했다더니 응원하러 온팬이 많은가보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에나 거짓말처럼 알베르토 콘타도르가 나타났다. 아마 중계방송 진행을 마치고 떠나려는 모양이었다.

앞에서부터 스페인 사람 특유의 미소를 띠며 빗 속에서 한 사람씩 사진을 찍어주었다. 내 자리가 마지막이었는지 사진을 찍고 나선 황급히 차로 돌아갔다.


이런 상황에서 콘타도르에게 오랜 시간 당신을 팬으로 응원해왔다는 문장을 스페인어 공부할 때 만들어보곤 했는데, 가까스로 gracias 한마디 만 했다.

2017년 부엘타 Alto de angliru 스테이지에서 El pistolero 세레모니와 함께 동화같은 우승을 차지하고 은퇴하는 모습을 보며 현장에서 볼 기회를 만들지 못한 걸 후회했는데, 은퇴 후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걸 보며 이 날을 예감했는 지도 모르겠다.


일요일의 두번째 스테이지는 바르셀로나 북부의 마타로에서 출발해서 몬주익 업힐을 오른 후 잠시 내려오며 피니시하는 코스이다. 어제보다 많은 비를 예상하는 일기예보가 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