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 자전거여행/2023 은의 길(Via de la plata)

Via de la plata(은의 길) Etapa 7: Bejar-Salamanca

by wandererj 2023. 9. 5.
728x90

창 밖을 보니 아침까지 내리던 비가 멈췄다. 8시에 아침 먹자고 해서 8시 넘어 내려가려고 기다리니, 문을 두드리며 알베르토가 나타났다. 자기 30분 전부터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다고.

오늘도 역시 간단하지만 건강한 스페인식 메뉴로 식사하고  인사를 나눴다. 나중에 다시 여행 오겠다고 하니 눈쌓인 사진을 보여주며 겨울도 좋다고 한다.


20도가 안되는 날씨. 자전거 타기엔 더할 나위없이 적당하다. 비때문인지 바닥에서 비릿한 냄새가 올라오지만 그마저 해가 뜨면서 사라졌다.


조금 더 업힐을 하니 해발 1000미터를 넘겨버렸다. 작은 동네에서 처음으로 달려드는 개들을 신경쓰느라 회전교차로에서 잘못 길을 들었다. 동네 아주머니에게 다시 확인하곤 조금 되짚어 가고나서야 제대로 루트를 찾을 수 았었다.

세비야에서 출발한 게 불과 일주일 전인데 기온의 변화로만 보면 한 달은 지난 것 같다.

오늘의 목적지는 살라망카. 은의 길 루트에서 가장 큰 도시이다. 여러 사람들에게 꼭 가 볼만한 도시라고 추천을 받아서 몸 상태를 봐서는 하루 더 쉬며 머물 생각도 있었다.

해발 800~1000미터 구간에서 약간의 업다운이 반복되는 코스이고, 처음으로 낮이 되어도 더운 줄 모를 정도의 쾌적한 날씨였다.

중간에 하몽 표지판으로 도시 입구를 표시한 Guijuelo에 슈퍼마켓 Dia가 마침 문을 열고 있어서 음료수와 크로와상을 넉넉히 사서 중간중간 보급했다.


큰 체력 소모없이 도착한 살라망카는 멀리부터 보아도 위엄있는 면모를 가진 도시였다. 세비야에서 온 여행자가 미대륙 발견이후 가져온 돈과 물자로 건설한 도시라고 하더니 그만치 넉넉하고 격조있는 건물이 도처에 자리잡고 있었다.


특히 살라망카 대학교는 세계에서 3번째로 오래되고, 스페인어권에선 가장 오래된 대학교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다른 도시보다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고, 바나 카페의 분위기와 메뉴도 다른 도시에 비해 좀 남달랐다.

호스텔 주인이 내 여권을 보며 자기는 페루사람인데 한국인 친구들 많다고 하며 반가워 했다. 어떻게 스페인어를 하냐고 물어봐서 오래전에 바르셀로나에 잠깐 살았다고 하니 본인도 그렇다고 하셨다. 이것도 지연이라고 할 수 있는지.

오후내내 스페인 제국시대의 영광을 엿볼 수 있는 거리를 천천히 산책했다. 그 시대에 무려 공립 도서관을 운영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플라자 마요르에는 마침 축제의 첫 날인지 처음보는 거대한 인파가 각자의 방식대로 월요일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나도 평소보다 더 자주 그늘을 찾아 앉아 카페콘레체와 까냐를 마셨다. 까니타, 까뇨, 하라 순으로 생맥주 사이즈를 구별하는 것도 배웠다.

대성당 근처에서 한국말이 들려서 보니 한국 한생이 스페인 친구에게 한국말로 춥다와 선선하다를 설명하고 있었다.

오래된 공립 도서관 건물에서 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타이틀이 '빛나는 그림자(Sombras que iluminan)'였다.



가끔 라이딩을 하다가 고립감이 심해지면 내 그림자를 보곤 한다. 이번 여행도 가끔 내 sombra를 보며 이어나기고 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