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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전거여행/2023 포르투갈길(Camino Portugues)

Camino Portugues(포르투갈길_R) Etapa 4: Porto-Albegaria a velha

by wandererj 2023.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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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에서 유명한 에펠 다리를 넘어 출발한다. 다리위로 전철도 다니고 줄지어 있는 포트와인 와이너리들과 함께 아름다운 도시의 전경이 보인다.


포르투부터 시작되는 파티마길을 알려주는 파란색 화살표를 따라서 여유있게 라이딩한다. 포르투갈 루트를 따라 산티아고를 향해 걷는 순례자들을 자주 마주친다.


한 시간쯤 라이딩하니 빗방울이 날린다. 그동안 운좋게도 우중 라이딩을 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야속하게 빗방울이 점점 굵어진다.

카페에서 비를 피하며 커피를 마시고 기다려봐도 빗장울이 잦아들지 않아 단념하고 레인자켓과 팬츠를 꺼내 착용한다. 평소에 비 오는 날은 거의 라이딩을 하지 않는데 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비오는 날 국도를 따라서 라이딩하기에는 무리라서 작은 동네를 연결하는 도보 순례루트를 따라 라이딩한다.

좀 과하다싶을 정도로 많이 그려져 있는 파란색 화살표가 그나마 위로가 된다. 앞이 안보일 정도로 비가 오다가도 갑자기 개어서 옷이 마르고 더워서 자켓을 벗을까 하면 다시 비가 오길 반복한다.

전체적으로 해발 300미터를 넘지 않지만  갑자기 경사도 15도를 넘는 짧은 언덕이 끊이질 않고 나타난다. 빗발이 너무 거세지면 건물처마에서 비를 피한다. 이 날씨에 우비도 안입고 걷는 순례자도 자주 만난다. 나는 너무 유난을 떠는 것인가. 그냥 물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분투 끝에 Albegaria-a-velha라는 작은 도시에 도착해서 알베르게를 찾았다. 알베르게 직원 카리나는 노련하게 비에 쫄딱 젖은 나를 안내해 준다.

둘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게 거짓말처럼 해가 나왔다. 나는 이제서야 라고 생각하며 재수가 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녀는 웃으며 엘튼 존의 Here comes the sun을 부르기 시작했다. 다 마음먹기 나름, 관점의 차이이다.

포르투갈의 테레사 왕비가 순례자를 돕는 건물을 만들어서 운영해 달라고 요청해서 만들어졌다는 유서깊은 아름다운 알베르게는 쾌적하고 편리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젖은 신발을 말리는 용도의 작은 히터까지 제공되는 과분한 대접을 받았다.


카리나는 맛이 너무 있어 위험하다는 빵집과 파두가수 Carminho의 음악까지 추천해 주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달라는 얘길 열번은 한 것 같다.


영어를 유창하게 해서 내 브로큰 포르투게스는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 예상 못한 경우에 갑자기 순례자가 나타나 놀라는 게 본인의 일이라고 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큰 알베르게 건물에 대만에서 산 적이 있다는 브라질 순례자 레안드라와 나 둘 뿐이다. 수다들 떨다보니 낮에 비에 시달린 기억이 벌써 흐릿해졌다.


하지만 내일은 하루종일 더 많은 양의 비 예보를 확인하며 스산한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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