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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전거여행/2023 포르투갈길(Camino Portugues)

Camino Portugues(포르투갈길_R) Etapa 5: Albegria a velha-Coimbra

by wandererj 2023.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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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아직 비는 오지 않는데 가로수 가지가 심하게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분다.

출발부터 레인자켓과 팬츠를 입고 신발은 샌달을 신는다. 어제 흠뻑 젖은 신발이 빌려준 히터로 다 말랐는데 금방 다시 젖게 하고싶지 않다.


여느 때처럼 처음 보는 카페에서 커피와 크로와상을 먹는다. 할아버지들이 다 빤히 내 얼굴을 쳐다보지만 악의나 경계심이 아니란 건 이미 십수년 전부터 알고 있다. 과감하게 인사하고 브로큰 포르투게스로 주문을 해버린다. 물론 상대방의 반응이나 발음을 살피면서.


출발한 지 얼마되지 않아 비가 내린다. 어제 카리나가 Here comes the sun을 불렀듯이 마룬5의 노래 중 Sunday morning의 sunday morning rain is falling 부분을 계속 반복하며 전진한다.


일요일 오전이라 만나는 마을마다 사람이 한명도 보이질 않는다. 가끔 만나는 도보 여행자들과 나누는 인사 소리와 표정이 서로 계속 상승작용을 일으켜 커진다. 좀 악에 바치기도하고 어쩌겠나 싶은 이심전심인 듯하다.

우비를 꼼꼼히 챙겨입거나 아니면 아무런 대비도 없이 비를 다 맞으며 걷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물론 비맞는 게 싫어 계속 모자 끈을 당겨 여민다. 샌달을 신으니 오히려 쾌적하다.

여러가지 다른 형태의 숲길을 지났다. 돌길, 흙길, 언덕 등이 계속 바뀌면서 오히려 지루하지 않아 좋았다.


처음으로 하루 종일 화살표에만 의지해서 오늘의 목적지 코임브라에 도착했다.

스페인의 살라망카처럼 유서깊고 아름다운 도시 코임브라에 우연히 예약한 숙소마저 Old Cathedral(Se Velha)의 바로 옆 건물이다.

포르투갈 답게 돌길과 계단을 여러번 지나야 있는 숙소 가는 길을 불평하지 않고 오히려 자전거를 들쳐메고 사이클크로스 선수처럼 뛰어서 올라갔다. 일요일 오후에 얼굴은 온통 그을리고 젖은 옷차림으로 자전거를 메고 뛰어가는 동양인을 많은 사람이 구경했다. 뭐 내가 그들의 시야범위를 지나갔을 뿐.


이름만 오래 전부터 알다가 비로서 오게 된 도시 리스트에 새롭게 올려야 할 코임브라는 1200년대에 설립된 대학건물과 그 주변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아름다운 도시였다.

중심 거리에 서울치킨, 강남, 토끼 등 한국어로 된 간판이 있어 신기했다.


일요일 오후와 월요일, 파두가수 마리자의 음악을 들으며 식물원과 강변을 느릿느릿 산책하고 바깔라우(대구) 요리를 먹었다.


곁들여 마신 와인이 조금 과해 시에스타를 하고, 해리포터 복장에 영감을 줬다는 검은 망토 교복을 입은 코임브라 학생들이 하는 길거리 공연도 구경했다.


아말리아 로드리게스 풍의 한서린 파두와는 구별되는 세레나데 풍의 남성 파두인 코임브라 파두 공연도 보며 설렁설렁 월요일 하루를 아름다운 코임브라에서 머물며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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