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딩 기준으로 긴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원래는 Cabo da roca(호카곶)까지 라이딩하려 했지만 위치가 리스본에 도착하는 반대편에 있어 대중교통으로 가보기로 한다.
출발지점에선 무슨 이벤트인지 경찰관이 에스코트하는 그룹라이딩을 하고 있다. 우물쭈물 하고 있는 나를 경찰이 길을 넘어오라고 한다. 차량을 수신호로 통제하며 라이딩하는 경찰관 뒤를 따라 국도를 라이딩한다. 이 무슨 호사인가.
강변을 따라 리스본으로 진입하는 카미노 루트는 다른 도시처럼 공장지대를 지나는 것과는 달리 쾌적했다.
토요일이라 그간 포르투갈길에서 본 라이더들보다 많은 동호인들을 지나쳤다. 대부분 내 여정을 아는 듯 인사를 건넨다. 모두가 나를 축하하는 것처럼 들리는 걸 보니 나도 꽤 근사한 마음인가보다.
리스본 북동쪽의 깨끗한 신도시를 따라 리스본에 도착한다. 10여년전 무슨 일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친구들과 놀러와서 홀로 커피를 마셨던 바스코 다가마 쇼핑센터 건물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대도시답게 리스본 시내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되어 있고, 전기자전거로 우버잇츠, 볼트 등 음식배달을 하고 있다. 이민자들이 코로나 이후 플랫폼 노동자가 된 것일까. 좀 마음이 울적하다.
리스본 대성당 앞은 예상했듯이 많은 관광객과 툭툭이 뒤엉켜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인증샷을 찍어 가족, 지인들, 친구들, 세비야 동행인들에게 도착을 알리고 과분한 축하를 받았다.
포르투갈길 시작점을 알리는 0km 표지석이 있다고 들었는데 찾기엔 너무 번잡하다.
일부러 중심지에 떨어진 숙소를 찾아 미로같은 알파마 지역을 헤맸다. 이젠 익숙해진 루틴이다.
시간이 남아 우연히도 바르셀로나 맥주인 에스트레야를 파는 바에서 자축을 했다. 훌륭한 정원을 가진 숙소에서 이유없이 객실을 업그레이드를 해주었다.
세비야 친구는 내가 1,000킬로미터라고 하면 꼭 공식적으론 1,007킬로미터라고 하던 은의 길(Via de la plata)와 약 600킬로미터의 포르투갈길 코스를 라이딩하는 모든 여정이 끝났다.
거의 지난 한 달동안 자전거 이외엔 교통수단도 이용하지 않고 한국어로 대화를 한 적도 거의 없다.
그 긴 길에서 보낸 시간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 진 모르겠다. 꼭 정리를 해야하는 지도 모르겠다. 하몬을 많이 먹어서 점점 하몬을 닮아간다고 농담을 했던 내 다리가 그 길의 시간들을 다 말해주고 있다.
애초에 목표한대로 내 자신에게 난 짜증빼곤 타인을 향해 화가 난다거나 억울하거나 위험했던 상황이 한번도 없었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이래 가장 오랜 시간 자전거를 탔다. 여러 경로로 익힌 영어와 스페인어 덕분에 그냥 지나칠 수 도 있는 사람들과 속깊은 교류도 할 수 있었다. 포르투갈어는 준비가 부족했는지 식당에서 주문하는 수준밖엔 안됐다.
노란색 28번 전차가 다니는 길에서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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