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터 비가 내리고 기온이 내려간다는 뉴스를 보고 서두르지 않으면 올해 자전거 캠핑을 못하게 되는구나 싶었다.
축령산, 유명산, 중미산 등 자전거로 접근가능한 국립 자연휴양림을 검색해 보니 11월부터 이미 겨울철 폐장 상태이다.
예전에 등산로 근처에 캠핑장이 생겼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났다. 호명산 캠핑장이라고 검색하니 명칭은 호명산 잣나무숲속캠핑장이고 평일이라 그런지 테크가 4개 정도 예약 가능한 상태였다.
개수대 근처라서 가장 늦게까지 남은 테크 중 가운데 위치해 있는 6번 데크를 예약하고 입금했다. 평일은 35,000원, 주말은 40,000원이고 전기를 이용하게 되면 5,000원 추가요금을 지불해야 했다.
평소에 자주 라이딩하는 상천역까지 가서 카카오맵으로 검색해보니 역 앞 회전교차로에서 철로 밑으로 난 길을 따라 약간의 업힐을 700미터 하면 접근 가능했다. 상천루라는 사찰 주차장부터 캠핑장까지 약 200미터는 포장이 되어 있지 않았지만 MTB라면 크게 어렵지 않은 정도였다.
늦게 출발해서 6시쯤 도착하니 산 속이라 그런지 일찍 어두워져서 자전거 전조등과 핸드폰 손전등을 켜고 텐트를 쳤다. 좀 일찍 도착해서 잣나무 숲의 전경을 즐기지 못해 아쉬웠다. 램프를 준비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도 들었지만 짐이 단출해서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다른 데크를 보니 분주하게 음식을 만드는 분주한 분위기였다. 조리도구를 애초에 가져가지 않아 편의점에서 산 샌드위치를 먹고 음악을 들으며 초저녁부터 텐트 안에서 휴식을 취했다. 관리실에서 보내 준 문자를 보니 와이파이도 가능했고, 화장실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샤워실도 깨끗했다. 큰 사이즈의 생수와 쓰레기 봉투도 제공되어 잘 사용했다.
다 좋은 일만 있을 수 없겠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저녁부터 술을 마시던 커플이 높은 텐션과 말다툼을 계속 반복했다. 내 기준으론 제지를 받을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10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소위 매너타임까지는 허용되는 정도인지 다른 사람들은 가만히 있어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시간으로 삼았다.
최근 구입한 백컨트리 제너두 텐트, 텐서 알파인 머미 매트는 가볍고 부피도 작아 패킹하는 데 어렵지 않았다. 침낭은 예전에 사용하던 부피가 큰 합성섬유 침낭을 배낭에 따로 넣어서 이동했다.
최근 날씨가 평년보다 높아 우려했던 것보다 춥지는 않았고 11시 이후에는 다들 조용해서 편하게 쉴 수 있었다.
아침에 보니 대부분 백패킹 채비로 상천역까지 걸어가서 경춘선을 이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캠핑장은 2시부터 체크인하고 11시까지 체크아웃하는 것이 규정이었다.
비 예보가 있어 10시경에 단출한 짐을 다시 챙겨 경춘선 자전거도로로 1시간 정도 라이딩하여 돌아왔다. 바람에 날리는 은행나무 잎을 통해 점점 짧아지는 계절을 가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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