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전거를 이용해 유럽으로 여행을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휴대에 따르는 번거로움을 생각하면 렌탈을 하는 것이 방법이겠지만 여행 기간이 길어지면 비용이 너무 높아진다. 렌탈 자전거도 파손이 되면 책임이 있어 마냥 편한 것은 아니다. 또 몸에 익지 않은 자전거로 장기간 여행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 일이다.
자전거 박스를 구해서 유튜브를 참고해 포장을 하였다. 동네 샵에는 보관하고 있는 빈 박스도 없고, 사이즈때문에 부담스러워 하셔서 자전거를 구매했던 용산 바이클리에서 제작한 박스를 구입했다.
핸들바를 스템에서 제거하고, 안장을 낮추고, 페달을 분리했다. 휠베이스가 길어서인지 뒷바퀴까지 분리해야 해서 뒷드레일러도 떠어내서 봉투로 싸서 프레임 안쪽으로 위치했다.
공항버스가 걱정이었는데 출발지가 종점이고 평일이어서인지 기사분은 짐이 너무 크다고 한마디 하시며 짐칸에 넣을 수 있었다.
인천에서는 공항 직원분이 셀프체크인 근처에 있는 나를 보고 대면으로 짐을 붙이는 곳을 안내해 주셨다.
바르셀로나 앨프랏공항에서 짐을 찾을 때는 제일 구석에 특수 수화물(equipajes especiales) 쪽에서 찾으라는 표시를 보고 기다렸다. 유모차나 자전거들 많이 휴대하고 이동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엘프랏에서 시내 숙소까지는 마침 가족들과 자동차 여행을 하고 있던 친구의 렌트카를 이용했다. 다행히 SUV라 호텔까지 쾌적하게 이동이 가능했다.
주말동안 시차 적응을 핑계로 바르셀로나에서 쉬다가 다시 세비아로 출발하는 월요일에는 호텔에서 스페인 택시호출 앱인 프리나우로 6~8인용 택시를 이용해서 이동하였다. 역시 2, 3열 좌석을 접으니 큰 문제없이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엘프랏에서는 좀 헤맸는데, 코로나 이후 대부분이 셀프체크인 기계를 이용해서 좀 어리둥절했다. 보딩패스와 수화물 라벨은 출력했는데 셀프체크인 후 짐을 올려두는 부엘링항공 콘베이어 벨트에는 사람이 없았다.
부엘링 조끼를 입은 직원을 찾아 물어보니 특수 수화물 붙이는 창구를 알려주었다. 역시 유모차을 부치려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가장 오래 기다린 곳은 세비야 공항이었는데, 특수 수화물 벨트 앞엔 아무도 사람이 없고 짐도 나오지 않은 채 2~30분 기다렸다. 비행편도 딜레이되고 분실 수화물에 줄서 있는 사람들도 신경이 쓰였다.
다행히도 같이 도착한 사람들이 다른 벨트에서 짐을 찾아 모두 떠난 후에야 다행스럽게 자전거 박스가 나왔다. 뭔가 박스가 많이 더러워져 있었다.
세비야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부킹닷컴에서 온 메일보고 예약한 welcome pickup이라는 공항 픽업서비스를 예약했다. 늦었는데도 잘 기다려주고 짐을 옮기는 것도 도와주었다. 기아 EV6 차량에 타고 나서야 마음이 놓이면서 기사분과 수다를 떨며 숙소까지 도착했다.
문제는 자전거 조립과정에서 생겼는데, 뒷드레일러를 탈거할때 체인을 그대로 둔 채 해서인지 내가 서투르게 다뤄서인지 체인이 엉켜버려서 조립이 불가능했다. 체인링크를 빼보려했는 손으로는 또 어려웠다. 하더라도 드레일러 텐션이 어그러질 것 같았다.
구글에서 Bicycle repair shop near me로 검색해 보니 걸어서 13분 거리에 저녁 9시 5분(?)까지 영업하는 수리점이 있었다.
걸어서 도착한 수리점 Taller de bicicletas은 사람이 많이 기다렸는데 뭔가 힙한 복장에 자전거 타투를 한 직원들이 스페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친절함과 신속함으로 자전거를 수리하고 있었다.
내가 문제를 어렵사리 스페인어로 설명하고 있는데 마치 영화 이지라이더에 나왔거나 데스메탈 그룹 멤버의 분위기를 풍기는 사장 분이 젊은 에미넴처럼 생긴 영어가 가능한 직원을 알려주었다.
젊은 메카닉은 맨손인 채로 끈으로 매단 자전거의 체인을 빼낸 후 뒷 드레일러 부착, 정렬까지 순식간에 해버렸다. 세상에나 나를 작업 공간까지 들어와서 하는 방법을 보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조치를 하라고까지 했다.
순례루트를 따라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벌써 천사를 만난 것같아 감격스러웠다.
비용도 기본 서비스료 5유로.
정말 멋진 자전거라는 칭찬과 부엔까미노라고 인사까지.
숙소에 돌아와서 구글맵으로 다시 찾아 평점과 리뷰를 남겼다.
이제서야 모든 모든 준비가 끝났다.
내일부터 여행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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