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번째 투르 드 프랑스에서 불과 하루 전까지의 기록으로 만으로도 역사적인 레이스를 펼친 슬로베니아의 타데이 포가차.
개인적으로 프로 사이클링에서 1위를 달리는 선수가 너무 압도적인 경기를 공격적으로 펼친다는 비판을 받던 선수가 있었는지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프로 사이클링은 200킬로미터를 달린 후에 결승선에서 사진 판독을 통해 우승자를 가리는 경기이다. 그렇지 않고 매 스테이지 확연한 격차를 벌리는 것은 감상의 대상이지 비판할 순 없다.
전성기의 랜스 암스트롱, 알베르토 콘타도르를 포함해 기사 작위를 받은 마크 카벤디시도 승부 앞에선 극도로 예민해져서 신경질 적인 행동으로 표현되는 것도 자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레전드의 반열에 오를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이 슬로베니아 라이더는 투르 3주 차까지도 장난을 치며 레이싱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투르 개막 3주 전에 지로 디 이탈리아를 우승하고 바로 연이어 그란 투어 레이스에 참가했다는 사실이다. 사실 같은 조건에서 자전거를 타고 피레네, 알프스 산맥을 잘 오른다고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해발 2,000미터 지점이 세 군데나 있는 투르 마지막 산악 스테이지에서 포가차는 전날처럼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스테이지 우승과 함께 종합우승을 확정했다. 마지막날 모나고-니스 구간의 ITT에서 중간에 넘어지거나 해서 경기를 마치니 못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역전할 수 없을 만큼의 충분한 거리를 이미 확보했다.
포가차는 이번 투르의 주요 산악 구간인 갈리비에, Pla d'Adet, Plateau de Beille, Isola 2000, Col de la Coulliole 모두의 최고기록(KOM)을 세우는 믿기지 않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 지로의 6개 스테이지를 포함해 불과 두 달 만에 그란 투어 스테이지 11개를 우승하는 전무후무한 기록도 세웠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마르코 판타니가 세운 같은 시즌 지로 - 투르 더블을 차지하는 성과도 이루었다. 유튜브 동영상 속 그 시절의 판타니는 헬멧도 착용하지 않고 있다. 그 만큰 오래된 기록을 26년이 지나 사이클링의 변방이었던 슬로베니아 출신 라이더가 바꿔 놓았다. 그의 빛나는 여정이 계속될지 아니면 20대 초반에 투르, 지로를 석권한 후 부상을 당해 평범한 라이더로 추락한 에간 베르날의 불운이 찾아올지는 지켜볼 일이다.
컷오프를 가까스로 피하며 골인한 마크 카벤디시는 이날이 타임 트라이얼을 제외하면 본인의 커리어 마지막 스테이지라는 사실에 눈물을 흘리며 레이스를 마무리하였다. 투르 첫 주에 에디 먹스의 기록을 경신하고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여 사이클링 레전드로서의 모습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111회 투르는 일요일 ITT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다. 다른 해에 비해 일찍 확정된 종합 순위때문에 긴장감은 덜하지만 역사를 새로 써가고 있는 젊은 사이클 황제의 대관식이라면 충분히 감상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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