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방음이 잘 안 되는 숙소 환경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전해오는 다른 객실의 부산스러움에 잠을 깼다.
어제 울진까지 가지 못하고 지도 어플 상으로 600미터 남은 인증센터도 가지 않아 조금 마음이 바빠졌다. 서둘러 짐을 챙기고 옆 건물에 있는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주행을 시작했다.
어제 울진까지 갔었더라면 인증 어플상 76킬로미터를 여유 있게 라이딩할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을 잘 관리하면 4시 30분에 영덕터미널에서 서울 센트럴터미널까지 마지막 버스를 타는 데 어려움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해안 자전거길 경북구간은 마치 벨기에 아르덴 클래식 코스처럼 수많은 낙타등이 연이어 나타났다. 예전에 그란폰도, 랜도너스 등을 열심히 하던 때라면 크게 개의치 않을 테지만, 열정은 그때만 못한 것이 현실이다.
강원구간과 경북구간을 잇는 임원항부터 울진 은어다리까지는 약 40킬로미터 정도 거리이고 해변 마을과 내륙 마을, 바닷가와 작은 동산이 번갈아 나타나는 코스였다. 차량과 같이 사용하는 도로 변에 파란색으로 자전거 도로가 표시되어 있으나 차량 통행이 많지 않아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 정도였다. 다만 중간중간 가스, 원자력, 시멘트 관련 회사들이 많아서 때문인지 대형 트럭들은 좀 신경을 써야만 했다.
울진, 삼척 구간은 해변, 솔밭이 이어지는 멋진 풍광을 즐기며 라이딩 할 수 있는 코스였다. 하지만 맑은 날씨인데 바람은 계속 강한 맞바람을 견디며 나가가야 했다. 건너편에서 상행 방면으로 오는 외국인 여행자들이 바람에 힘입에 빠르게 연이어 지나쳐 갔다.
점심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아 인증센터가 있는 망양정 휴게소 식당에서 간단히 국밥으로 해결했는데, 여태 가본 국내 휴게소 중에 가장 대단한 뷰를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휴게소 화장실 앞에서 왜 그렇게 위험하게 자전거를 타냐고 항의하시는 버스 기사 분을 만났는데, 나는 터널을 지나친 적이 없어, 터널에서 후미등 없이 자전거를 주행한 두 사람이 아니라고 웃으며 말씀드렸다.
울진 해변은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곳이라 예전에 자주 자동차로 여행을 오던 곳이었는데, 해변은 모래가 많이 쓸려나가고 해변 마을에서 널어 말리던 것이 오징어에서 돌미역으로 변해서 어떤 면에선 좀 낯선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라이딩 중간중간 조우하던 평페달 로드를 타시던 분하고 마주칠 때마다 서로 길을 알려주며 라이딩했다. 오후가 되니 바람이 점점 더 세지고 기분 탓인지 낙타등의 높이도 점점 높아지는 것 같았다. 최근에는 자전거 출퇴근을 주로 해서 업힐 코스를 자주 접하지 않고 자전거 기어수도 최대 32T여서 인지 점점 버거운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쉬면서 검색해보니 영덕터미널에서 동서울까지 가는 버스가 5시, 7시에 있는 것을 확인하곤 여유를 갖고 주행하기 시작했다. 공들여 찾은 풍광이 좋은 코스에서 가민 화면에 코를 박고 라이딩한다는 게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 풍력 발전을 하는 흰색 팬이 보이는 지점에 와서야 전체 코스의 마무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 업힐 이후 영덕 해맞이 광장에 도착해 국토종주 어플로 인증하고 잠시 쉬면서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평일인데도 차량으로, 자전거로 오신 여행자들이 사진으로 풍광을 남기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영덕 해맞이 공원 인증센터에서 영덕터미널까지는 자전거 도로를 검색하면 조금 하류로 돌아가는 10킬로미터 경로와 풍력 발전기가 설치된 능선 언덕을 넘어가는 7킬로미터 경로가 검색되는데 연이은 업힐에 좀 질리고 시간 여유도 있어 해변으로 하행하여 돌아가는 코스를 선택하였다.
영덕터미널은 해맞이 공원에서 부산 방향으로 이동하다가 하저리 지명이 나오면 산쪽으로 우회하면 어렵지 않게 이동할 수 있었다. 다만 크게 높지는 않지만 완만한 업힐이 계속되는 경로라 시간이 생각보다는 조금 더 소요되었다.
버스 출발시간 10분 전에 터미널에 도착헤서 어플로 승차권을 구매하였다. 서울까지 가는 버스는 안동을 경유하는 노선이었고 하루 종일 길에서 여러 번 마주친 로드 타시는 분과 어제 통일전망대에서 출발하셨다는 엠티비 여행자가 계셨다. 서로 상의해 가며 짐칸에 자전거를 넣을 수 있어 한결 마음이 놓였다.
9시 좀 넘어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한 후 상일동에 사신다는 엠티비 라이더 분과 감깐 얘기를 나눈 후 왕숙천 주차장까지 라이딩하며 하루 일정을 마쳤다.
동해안 자전거길 경북구간을 5~6년 전부터 가려고 여러번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다른 일정이 생기고 날씨도 도와주지 않아 맘 속으로 벼르기만 하다가 뒤늦게 완주할 수 있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잊지 않고 여러 형태로 라이더로서의 경륜을 쌓아 온 스스로가 대견한 마음도 조금 들었다.
역시 도로상태가 아주 좋지는 않아서 장갑을 벗으니 엄지와 검지 사이에 거친 군살이 생겼다. 다음에는 엠티비를 타고 가급적이면 바이크패킹 형태로 다시 시도해봐야 겠다.
이날은 임원항부터 영덕터미널까지 129.27킬로미터를 라이딩했다.
'국내 자전거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도 자전거 일주 1일차(제주여객터미널 - 대정읍, 24/5/14) (0) | 2024.07.08 |
---|---|
남도 자전거 여행 (목포터미널-진도 가계해변, 24/5/14) (0) | 2024.07.08 |
동해안 자전거길 강원구간 : 망상해변-임원항 (5. 2) (0) | 2023.05.07 |
영산강-섬진강 자전거길 종주 3일차(4.1) (2) | 2023.04.16 |
영산강-섬진강 자전거길 종주 2일차(3.31) (0) | 2023.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