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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전거여행/2023 은의 길(Via de la plata)

Via de la plata(은의 길) Dia 1: Sevilla-Castilblanco de los aroyos

by wandererj 2023.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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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둥거렸던 전날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새벽에 일어난 김에 꼼꼼하게 짐을 패킹하였다. 그렇게 줄이려 애썼지만 묵직하다.


세비야 대성당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가로등에 있는 첫번째 노란 화살표(Flecha Amarilla)를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대성당 근처에는 아침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없어 조금 라이딩응 하다가 문을 연 카페에서 토스타다와 카페콘레체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좀 더 든든하게 먹던지 정오가 되기 전에 좀 무거운 식사를 해야겠다.

여느때처럼 대도시를 빠져나와 목적하는 루트를 찾는데 시간이 걸렸다. 이젠 구글맵이나 부엔카미노앱이 있어 물어보는 횟수는 줄었는데 루트에서 멀어지면 오히려 더 신경이 쓰인다.

도시를 벗어나자 준비하면서 수없이 본 안달루시아의 평야지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바닥이 다져져 단단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목초지는 모래가 많아 미끄러웠고, 올리브나무 농장 옆은 자갈이 많아 쉽사리 직진하기가 어려웠다.


무엇보다 같은 방향으로 여행하는 순례객은 걷는 사람만 네명을 인사하며 지나쳤고 그중 세명은 같은 숙소에서 다시 만났다.

자전거 라이더는 지역에 사는 라이더를 몇번 지나쳤다. 대부분 올리브 밭을 따라 난 코스를 혼자 라이딩했다. 매우 지친 표정으로 쉬고 있는 캐나다에서 오신 분과 인사하며 지나쳤는데, 만약 봉크가 오거나 하면 대책이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안해졌다.

특히 걷는 기준으로 두번째 구간인 Guilena부터 오늘 숙소로 잡은 Castilblanco de los aroyos따지는 계속 은근한 업힐에 돌이 많은 루트여서 아직 시차 적응이 끝나지 않은 컨디션인지라 조금 힘이 들었다.

다행히 중간에 마트에서 산 아쿠아리스, 초콜렛 크루아상 등으로 버티면서 봉크를 방지했다.

오후 1시가 넘어서야 도착한 카스틸블랑코 마을은 이름처럼 흰색 벽으로 된 건물이 많은 전형적인 안달루시아 마을이었다. 전날까지 축제가 있어 대부분의 카페나 바가 문을 닫고 있고, 남자분들은 아직도 축제모드인지 술에 불콰한 얼굴로 삼삼오오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아직까진 수면이 불규칙해 호스탈을 찾아갔지만 초인종을 누르고 전화를해도 응답이 없었다.

할 수없이 아까 지나친 공립 알베르게(albergue municipal)도 되짚어 돌아가 오늘의 첫 투숙객이 되었다. 산세바스찬이 고향인 훌리아와 나디아 모녀가 운영하는 알베르게는 시설도 좋고 운영자인 훌리아의 가끔은 조금 과한 적극성으로 네명의 투숙객이 저녁도 같이 해먹는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덴마크에서 온 커플은 놀랍게도 보통은 두번에 나눠서 걷는 세비야부터의 코스를 오후 5시까지 걸어서 도착했다. 더 놀라운 것은 4월에 덴마크를 떠나 미국의 PCT(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을 지난 주에 완주하고 은의 길로 온 거라고 한다. 책에서만 보던 PCT 완주자를 처음 만나 여러가지를 물어보았다.

알베르게 근처에 문을 연 식당에는 역시 술이 얼큰한 동네분들이 계셨고, 순례자 메뉴(Menu Pellegrino)는 재료가 없어 개별 메뉴를 주문했는데 순례자 메뉴 가격만 받으려 하셨다.


잠깐 눈을 붙이고 저녁시간은 멋잔 풍경을 가진 테라스에서 영어 사용자와 스페인어 사용자가 모두 모여 파스타와 샐러드로 저녁 식사를 했다. 나는 기여한 게  없어 설거지를 했다.


서로 나이까지 물어보는 친숙함이 내일 아침은 더 일찍 출발하겠다는 결의로 바뀌면서 서로 짐을 챙기며 자연스레 각자의 시간을 가졌다.

오늘을 정리해보면, 세비야에선 너무 늦게, 충분하지 않은 식사를 하고 출발한 것이 계속 부담을 준 하루였다.

아무도 없는 황량한 벌판에서 우리 119에 해당하는 응급호출 전화번호를 몰라서 불안했다고 했더니, 운영자 훌리아가 062라고 실제로 와서 응급조치, 병원 이송을 한다고 한다.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내일부터는 포장도로인 까레떼라를 섞어서 라이딩을 하며 컨디션을 올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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