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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전거여행/2023 은의 길(Via de la plata)

Via de la plata(은의 길) etapa2: Castilblanco de los aryos-Monesterio

by wandererj 2023.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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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는 포장도로(carretera) 위주로 라이딩을 한다고 마음먹으니 모든게 단순해졌다.

어제는 거친 지면에서 올라오는 충격때문에 자꾸 가방들이 흔들리고, 먼지로 뒤덥힌 물통도 마실 때마다 신경쓰였다.

출발 전 물티슈로 자전거 프레임과 체인을 닦으며 오늘의 라이딩을 준비하였다. 간밤에 같이 묵은 세명의 도보 순례객도 어제가 힘겨웠는지 먼저 짐을 챙기고 간단한 요기를 하며 밝아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준비를 하는 동안 그들은 먼저 떠났고 길에서 지나치며 만날 것이라 간단한 인사만 나눴다.

PCT를 완주한 덴마크 커플의 짐을 보니 엄청난 양의 물과 은박 양산을 챙겨 다니고 있었다. 자런 실용적 태도로 6개월이나 트레일 하이킹을 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큰 비닐봉투 하나를 비워내서 알베르게 밑 주유소 편의점에서 좀 과하다싶을 정도의 물, 이온음료, 초콜렛, 젤리 등을 구입한후 핸들바백 제일 가장자리 꺼내기 쉬운 위치에 넣어두었다.

도시를 나올 때마다 조금 헤매는게 루틴인데, 구글맵의 음성안내를 애프터샥 골전도 헤드셋으로 들으며 길을 나섰다. 아침(desayuno)을 파는 카페가 있어 토마토와 올리브 오일이 올려진 토스타다와 카페콘레체를 오늘의 연료라 생각하고 먹었다. 출근하시는 분들이 큰 물병을 하나씩 사서 들고 가는 걸 보니 좀 심란한 기분이었다. 오늘도 더울 걸 알고 있는 것같아서.


오늘은 도보순례길과 포장도로가 나란히 가는 코스라서 먼저 출발한 사람들을 차례로 지나치며 격려하는 인사를 나눴다. 우리는 이제 이 루트에선 더이상 만나지 않는다는 걸 모두 알고 있다.

더 이상 임기응변으론 이번 여행루트가 너무 길다는 판단에서 예전 한국에서 장거리 라이딩을 할 때처럼 루틴을 만들었다.

1시간 라이딩에 10분 휴식, 가급적이면 앉아서 헬멧과 신발을 벗고. 2번째 휴식은 배가 고프기 전에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걸로. 탱크가 비워지면 걷잡을 수 없다.

이후는 계속 안달루시아 북쪽의 자연공원을 끼고 나있는 국도와 지방도를 따라 라이딩을 했다. 음악이나 팟캐스트도 듣지않고 바람소리를 음미하는 걸로 대신했다. 사진을 찍으려고 멈추는 일도 거의 없었다. 어차피 비슷한 풍경이 계속 이어진다.


가끔 심심하면 건너편에서 유심히 쳐다보는 운전자에서 손인사를 하고, 뒤에서 추월하려 속도를 줄이는 차량에 수신호를 해주었다.

가끔 지나가는 큰 차량의 소리와 로드킬 당한 동물 사체에 움찔했지만, 벨기에 아르덴 클래식 코스처럼 끊임없이 나타나는 낙타등에 포지션을 바꿔가며 대응했다.

지칠수록 업힐에서 의미없는 높은 케이던스로 체력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민에 표시된 평균 케이던스를 넘지 않으려 애썼다.

프로선수의 질주하는 이미지보단 한강에서 여유있게 가시는 할아버지들 처럼 느리지만 꾸준히 라이딩을 이어갔다.


오늘의 목적지인 Monesterio는 안달루시아를 벗어난 다음 지역인 엑스트라마두라의 작은 도시로 해발 700미터 높이에 자리잡고 있다.


이베리코 하몬의 원산지라 무려 하몬박물관이 있으며, 다음 주에는 하몬축제가 열려 엄청난 사람들이 방문할 예장이라고 알베르게 직원이 말해주었다.

규모있는 공립 알제르게에 나 말곤 나이가 좀 있으신 도보 순례자 두분이 늦게 오셨다. 트레일러를 끌고 다니신다. 영어도 스페인어도 뭔가 매끄럽지 않은 소통을 했는데, 두 분 사이에선 까딸란을 사용하시는 것 같다. 어제의 일행들과는 달리 서로 각자의 시간을 보내서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정확히 5시간에 걸쳐 약 75킬로미터를 라이딩했고, 전체 시간은 6시간 30분이 걸렸다.

오늘 업힐로 저축해놓은 고도는 내일 긴 다운힐로 보상받을 예정이다.

오늘 주로 라이딩한 N630도로는 우리나라 1번 국도처럼 스페인의 북부 히혼에서 남부 세비야까지 연결하고 있다. 이 길만으로 북쪽 바닷가 도시에 닿는다고 생각하니 맥락없는 안도감이 들었다.


한국 기사를 보니 슈퍼블루문이 뜬다는데 세비야 이후 처음 만나는 유서깊은 대도시 메리다에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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