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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전거여행/2023 은의 길(Via de la plata)

Via de la plata Etapa3: Monesterio-Merida

by wandererj 2023.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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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오후에 자서 그런지 역시 일찍 잠에서 깼다. 같은 숙소에 묵은 두 분은 기척도 없다. 보통 걷는 순례자가 더위에 더 취약해서 일찍 서두르는데 그렇지 않으신가 보다.

6시가 넘어 스페인어로 죄송한데 불 좀 켜도 되겠냐고 하니 또 못알아 들으셔서 luz라고 단어만 말하니 si라고 대답하신다. 로망스어 계열이라는 루마니아 분들이신가 하여간.

점점 손에 익어 가는 출발 준비를 마치고 알베르게 입구에서 체인오일을 발랐다. 인화물질이라고 체크될 거 같아 가져오지 않고 세비야 데카트론에서 구입한 오일인데 노즐이 없다. 바닥에 쏟아지는 게 더 많다. 난해하다.


구글맵이나 komoot 어플로 메리다까지 루트를 검색하니 101킬로미터. 해발 700미터에서 200미터까지 지속적으로 하강한다. 은의 길을 라이딩한 유튜버의 주행구간을 보고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가능할 것도 같다. 도보 순례자에게는 5일 정도 소요되는 거리이다.

어제 늦은 점심을 먹었던 식당에서 카페콘레체와 토스타다로 연료를 채우고 출발했다. 하몬의 본 고장에서 스페인식 햄버거에 들어간 조금만을 먹고 가려니 아쉬웠다.


은근한 업힐이 있어서 오르는 와중에 왼쪽엔 아직 창백한 달이 남아있고, 오른쪽으론 엑스트레마두로의 평야 위로 동이 터오르고 있었다.


초반 라이딩 코스는 정말 이런 호사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만한 내리막이 계속되었다. 짐을 실은 이미 무거운 크로몰리 프레임은 간섭하지 말라는 듯 계속 직진했다. 자전거를 통제한다기보단 그냥 내몸을 의탁해 같이 나아간다는게 맞을 듯 싶었다.

전날 시속 15킬로미터에 불과한 평속이 23~24킬로미터를 넘나들었고, 이 속도라면 4시간 정도면 메리다에 도착이 가능한 페이스였다.

중간에 오랫만에 나타난 오스본 황소 광고판. 10년전 프랑스길에서도 한번 본 적이 있는데, 다시 보니 반가웠다.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 애니메이션에서 처은 그 존재를 알게된 것 같다. 저 황소 광고판은 오스본 주류회사 근거지인 안달루시아에 가장 많다고 한다.


중간에 버거킹 간판이 보이는 동네에서 잠시 쉬려고하니 2시부터 문을 연다고 한다.  건너편에 노인분들이 많으신 카페에서 콜라와 역시 또 토스타다( 이번엔 참치와 토마토)로 2시간만에 충전하고 메리다까지 라이딩을 지속했다. 정확히 100킬로미터를 달려 메리다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유명한 로마시대 극장(el teatro de romana)를 찾아가려 했지만으나 교통량이 많아 여의치 않다.

현재 남은 로마시대 다리 중 가장 길다는 다리를 건너 메리다 에스파냐 광장으로 갈어갔다. 축제기간인지 모두가 생동감이 넘친다.


옥타비아 아우구스토 로마 황제의 동상이 있다. 그의 이름을 딴 8월의 마지막 날이다.

한국 언론을 보니 오늘 블루 슈퍼문이 뜬다고 한다. 로마 유적지에 걸린 달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날이 더워 유적지 구경은 관람열차를 타고 대신했고, 알베르게가 휴업 중이라 예약한 호스텔에서 렘코 에베네폴이 부엘타 레드져지를 빼앗기는 래ㅣ레이스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블루 슈퍼문 사진은 네이버에 올라온 한국 아파트에 걸린 사진을 보았다.


바르셀로나 마트에서 가끔 산 가스파초는 풋내가 많이 나서 별로였는데, 남부지방은 너무 기대한 맛에 부합한다. 메뉴판에서 보일 때마다 주문한다.


밤새 울리던 광장의 음악소리때문에 창문을 닫고 잠들었는데 아침까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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