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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전거여행/2023 은의 길(Via de la plata)

Via de la plata Etapa4: Merida-Caceres

by wandererj 2023.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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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해가 뜨지 않은 아침인데 여전히 축제장의 음악소리가 들린다. 3M 이어플러그를 끼고 잤는데 밤새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잔 느낌이다.

어둠이 걷힐 때까지 기다렸다 숙소를 나섰다. 골목마다 귀가하는 취객들이 보인다. 외곽도로를 진입하기 전에 있는 카페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아쿠아리스와 몇병의 생수를 가방에 챙겼다. 한 곳에서 다 해결하면 되는데 항상 편의점을 찾아다니곤 했었다.


대도시답게 여러곳의 회전교차로를 거친후 구글맵을 확인했더니 방향이 잘못됐다. 산책하는 할아버지께 물어보니 정말 혼신을 다해 몇 번이고 설명해주신다.

어제보다는 업힐구간이 많지만 고속도로와 나란히 지나서인지 차량통행은 훨씬 적은 쾌적한 환경이다.

가끔 근처에 사시는 라이더들을 지나치며 인사를 나누는 것 이외엔 라이딩에 집중해했다. 도보 순례루트와 몇번이고 만났다 멀어졌는데, 길에서 지도를 보며 갈 길을 가늠하는 사람 하나를 지나쳤다.


오늘의 도착지 까세레스도 어제 메리다보다는 작은 듯하지만 엑스트레마두라 지방의 수도인 규모있는 도시이다. 도시 초입에서 숙소를 검색하곤 평점이 좋은 올드타운의 호스텔을 예약했다.

호스텔 위치는 미로처럼 얽힌 성벽 안에 있었고 돌길과 계단이 많아 힘겹게 도착했다. 3시부터 체크인이라 해서 문앞에 않아서 뒤이어 온 세비야에서 여행온 남자와 마드리드에 사는 포르투갈 여자와 지나온 도시, 음식 등 얘기를 나누었다.


호스텔은 멋진 성벽거리에 있는 건물을 개조한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카메라에 여권을 보여주고 문자로 출입비번을 받아 입장할 수 있었다.

나름 여러 곳의 스페인 도시를 방문했었는데, 까세레스는 여러모로 격조있는 도시였다. 아무리해도 산책이 질리지 않는 작은 골목과 정원들이 곳곳에 숨겨져있었다. 세비야에서 온 분이 앞으로 내가 도착할 플라센시아, 살라망카도 이만큼 좋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늦은 점심을 먹고 벙커형 참대로 된 숙소에 오니 파리-루베라고 적힌 산티니 상의를 입은 남자가 있다. 반사적으로 자전거 타냐고 물어보니 그도 역시 반갑게 대답한다. 자전거 보관장소에 있는 내 자전거를 봤나보다.

서로 처음 만나는 자전거 순례자(bicigrino)이다. 우엘바에서 왔고 3일만에 이 곳까지 왔다고 한다. 나보다 하루 빠른 페이스이다. 레이스가 아니니 의미는 없지만.

그리고 이어지는 자덕토크. 지난 루트와 앞으로 갈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당연하게 자주 조우하게 될 거 같다.

처음으로 한국기준으로 밤시간에 잠들지 않았다. 출국후 일주일 만에야 시차에 적응한 거 같다.

길게 이어진 도로에 같은 목적으로 라이딩하는 다른 사람을 실제 확인하니 좀 마음이 든든해졌다.

케밥을 사서 호스텔 식당에 갔더니 세비야 여행자가 내일부터 비예보가 있다고 알려준다. 뭐 예상한 일이다. 짐 제일 안쪽에 넣은 레인자켓과 팬츠를 바깥쪽으로 꺼내놓은 것으로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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