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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벨로5 스테이지 12: Bastogne-Luxembourg 역시 아무도 없는 캠핑장 텐트 구역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무료하게 아니면 외롭게 보였는지 산책하던 캠핑카 할아버지가 서글서들한 손인사를 보냈다. 어제 캠핑장 직원이 알려준 전원시설은 모양을 보니, 3상 플러그가 있어야 사용할 수 있었다. 검색해보니 유럽 캠핑장 여행하시는 분들은 미리 알리에서 구입한다고 한다. 간밤에 세탁실에 꽂아둔 외장 배터리가 다행히도 그대로 있었다. 캠핑장 앞 주유소 샵에서 유쾌한 운전자 분들과 이젠 이마저도 맛있게 느껴지는 자동머신 커피를 마시고 길을 나섰다. 바스토뉴에서 어제 이탈한 유로벨로로 돌아가는 길은 어제 지나온 그래블 구간이어서 출발부터 기분이 좋았다. 스머프가 나올 것같은 숲길 구간을 몇번 지나친 후 나타난 삼거리. 건넌목을 건너 뒤돌아 보니 유로 문양 바탕에 벨기에 .. 2024. 10. 12.
유로벨로5 스테이지 11: Hotton - Bastogne 간밤에 시냇물이 흐르는 옆 잔디밭에 텐트를 쳤더니 비도 오지 않았는데 겉면이 흠뻑 젖어있었다. 어제부터 자꾸 알은 채를 하던 건너편 캠핑카의 남자는 부지런하게 이른 아침부터 개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었다. 이젠 한결 익숙하게 짐을 정리하고 다시 출발 준비를 마쳤다. 친절한 캠핑장 여주인은 봄에 꼭 다시 방문해달라는 인사치레를 했다. 캠핑카 남자 역시 긴 여정을 궁금해하며 축복을 보내줬다. 휴일인데 동네 입구의 카페는 문을 열고 있다. 주문하니 역시나 머신에서 나온 심드렁한 맛이다. 언제쯤 맛있는 커피를 마시게 될런지 모르겠다. 숲길을 달려 도착한 도시의 맥주 전문점에서 벼르고 별렀던 손톱깍기만한 병따개를 발견하고 구입했다. 이젠 수많은 아름다운 라벨의 병맥주를 마셔볼 수 았게 되었다. 숲 속에서 아이들이.. 2024. 10. 11.
유로벨로5 스테이지 10: Namur-Hotton 어제 라이딩을 멈추고 쌀쌀한 마음으로 본 나무르 거리는 아침에 보니 안개가 걷히지 않은 운치있는 분위기였다. 나무르에서 디낭까지는 강 옆에 놓인 아름다운 자전거도로를 따라 30킬로정도 달리는 구간이었다. 주말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 러닝, 카약 등을 하고 있었다. 강을 따라 고급스런 주택도 줄지아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디낭은 색스폰의 발상지라서 다양한 색스폰 모형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벨기에 맥주인 레페 박물관도 있다고 하는데, 자전거 여행 중에 찾아가긴 적당치 않았다. 지나다가 지명에서 '레페 연못'이라고 적힌 걸 보았다. 디당을 빠져나와 숲속 쉼터에 자리잡으니 한 남자가 자이언트 전기자전거를 타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서로 자연스레 인사를 나눴다. 리에주에서는 퇴역군인인 파스칼인데, 벨기.. 2024. 10. 10.
유로벨로5 스테이지 9: Hundenberg - Namur 어제 그냥 들어와 머문 꼴이 되어서 샤워 동 건물에 갈 때마다 저멀리 보이는 리셉션 건물에 누가 있는지 신경쓰였다. 누구라고 있으면 가서 어제 상황을 설명하고 비용을 지불하고 싶었다. 하지만 짐을 다 정리하고 출발할 때까지 여전히 사무실은 비어있었다. 유리문에 붙은 번호로 전화하니 여자분이 웃으며 우리는 캠프사이트가 아니라고 했다. 할 수 없이 10유로 지폐를 문 아래로 밀어넣고 출발했다. 캠핑 트레일러야 차단봉을 지나야 입장이 가능해서 비밀번호를 받고 하는데 자전거는 그냥 옆으로 지나가면 되고, 전기를 사용하지 않으니 특정한 사이트를 부여할 필요도 없는 별종같은 존재였다. 이날은 플랜더스 지역에서 수탉이 상징인 왈론 지역으로 넘어가는 날이었다. 전날 캠핑장으로 가느라 유로벨로 루트에서 좀 멀리 벗어나서.. 2024. 10. 7.
유로벨로5 스테이지 8: Gavers - Hundenberg 이날은 런던을 떠나고 처음 맞는 대도시인 브뤼셀을 향하는 날이었다. EU 국민이 아니어서 벨기에의 수도라는 것 말고는 큰 사전지식이 없는 채로 출발했다. 각자 조용하게 짐을 꾸리던 여행자들은 햇살이 퍼지자 바람처럼 사라졌다. 운하가 시작되는 Halle까지는 끊임없는 벌판이 계속되었다. 근육질 소, 젖소들, 양떼 사이로 작은 업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럽 대도시 주변에 흔히 있는 공장지대 대신 목장들이 많은 게 또 신기했다. 홀로 달리는 러너는 호흡을 흐뜨리고 싶지 않은지 눈인사만 남기고 지나쳤고, 반대편에서 달려온 라이더는 웃으며 봉주르라고 인사를 건넸다. 가끔 벌판에서 만나는 자동차는 어김없이 속도를 줄이고는 지나치면 다시 돌길을 달려 사라졌다. Halle에서 시작된 운하옆 자전거 도로 입구에는 브뤼.. 2024. 10. 7.
유로벨로5 스테이지 7 : Monte de l'Enclus -Gavers 간밤에 머문 쉘터는 텐트보다 보온에 효율적이라 쌀쌀함 없이 잘 수 있었다. 근방을 떠나지 않던 얌전한 검은 고양이는 어디로 갔나했더니 샤워실에 다녀오니 다시 매트리스 근처에 도도하게 앉아있었다. 고양이를 어떻게 대해야하는 지 모르는게 아쉬웠다. 건물 몇 채없는 이 시골 마을 인근에서 오르데나르드까지는 투어 오브 플랜더스의 유서깊은 업힐들이 즐비하다. 일단 거리가 가장 가까운 오드 크와레몬트 (Oude Kwaremont)를 향해 길을 나섰다. 하지만 첫 업힐부터 만만치 않았다. 진땀을 흘리며 오른 업힐 정상에서 공사 준비를 하던 인부가 다 안다는 웃음으 지으며 오드 크와레몬트, 파테버그, 코펜버그 등으로 가는 경로를 자세히 알려주었다. 나중에 보니 힘들었던 첫 업힐은 knokteberg로 역시 유서깊은 업.. 2024. 10. 7.
유로벨로5 스테이지6: Roubaix - Mont de l'Enclus 대학 주변 도로에서 공사를 하는 지 중장비 소리가 아침부터 요란했다. 창밖을 보니 벌써부터 등교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예술대학이라 그런지 거리의 벽돌건물보다는 한결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원색 건물이 보기 좋았다. 어제 봐둔 자전거 용품 기념품 샵으로 가려고 구글맵 길찾기를 따라 갔는데 조작을 잘못했는지 다시 벨로드롬 근처였다. 마지막 섹터에서 바라보니 갑자기 매튜 반더폴이 오른쪽으로 턴하던 장면이 떠올라 그대로 따라가 보았다. 세상에 수없이 화면으로 본 낡은 루베 벨로드롬이 구석에 있었다. 어제 본 건물은 새 경기장이었다. 여러번 상상한대로 작고 낡은 벨로드롬이 한쪽에만 관람석이 설치된 채로 몇몇 불량해 보이는 청소년 몇명만 핸드폰 눈을 고정시킨채 이방인에게는 무심한 채로 있었다. 마치 철지난 해변의 놀이.. 2024. 10. 2.
유로벨로5 스테이지5 : Lumegies -Roubaix 새벽에 더 거세진 비때문에 텐트가 흠뻑 젖었다. 먹을 것도 물 밖에 남아있지 않아 텐트 밖을 바라보는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날이 밝고 비는 점점 약해져갔다. 옆에서 묵은 캠핑카의 노부부는 트레일러를 옮겨가며 부산스럽게 움직이셨다. 날씨 앱을 새로고침하는데 지쳐서 순식감에 짐을 챙기고 젖은 텐트를 가방에 챙겼다. 이 단호힘의 원천은 루베가 불과 30킬로미터 앞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파리-루베를 통해 사이클링 팬으로서의 시야가 넓어졌고 이 스포츠에 대한 애정도 깊어졌다. 루베로 가는 길은 비가 좀 와야 제격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월요일인데도 문을 연 마트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마을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주유소에 딸린 작은 가게에서 오랫만에 머신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영어를 하는 점원과 잠시 얘기.. 2024. 10. 2.
유로벨로5 스테이지4: Lens - Lumegies 머무는 랑스에 대해 잘 몰랐는데 예전 탄광 도시여서 석탄 가루를 쌓아놓고 역사를 보존하고 있고, 축구팀은 인구 3만에 걸맞지 않게 지난해 챔피언스 리그에도 진출할만큼 리그앙의 강팀이었다. 어제 거리의 인파가 내뿜는 분위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숙소에서 나와 근처에 있는 루브르 박물관 랑스 분점으로 향했다.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일본 건축가 세지마 카즈요가 설계한 건물이라고 건축학과 교수인 친구가 알려주었다. 가는 도중에는 예전 탄광 근로자들이 거주했던 주거단지가 보존되어 있었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루브브 랑스는 은색으 낮은 벽을 컨셉으로 주위의 경관을 해치지 않는 건물이었다. 자전거도 그렇고 시간도 일러서 전시관엔 들어가지 않았다. 바로 인근에 어제 사람들이 몰려가던 라싱 클럽 .. 2024. 10. 1.
유로벨로5 스테이지 3: Aire sur la Lys - Lens 그치지 않는 비바람때문에 머문 캠핑장에서 그대로 하루를 더 머물렀다. 쉬는 날 잠시 비가 그쳐 요기를 하러 맥도널드를 향해 가다가 우연히 아시아 뷔페를 만났다. 캠핑장에서 한 요기가 부족했는지 스스로도 놀라운 식욕으로 식사를 했다. 근처에 인터스포츠란 프랜차이즈 용품점이 있어 반장갑도 하나 구입했다. 새벽부터 운하에 몰려든 오리들이 자명종 역할을 하며 잠을 깨웠다. 토요일이고 이젠 날이 좋으니 어서 길을 나서라는듯. 텐트와 짐을 정리하는 내 앞에 차가 멈추더니 청년이 혹시 바게트가 필요하냐고 물어보았다. 고맙지만 이미 어제 사다놓은 빵을 먹어서 괜찮다고 인사했다. 캠핑장에 머무는 노인들과 컨테이너에 사는 사람들 모두 느긋해서 맘이 편했다. 이틀간 비바람에 시달려 눅눅한 짐을 챙겨 일단 쇼핑센터로 가서 경.. 2024. 10. 1.
유로벨로5 (Eurovelo5) 스테이지 2: Calais - Aire sur le Lys 칼레에서 맞는 프랑스에서 첫 아침. 창 밖으론 어제보다 더 세찬 비가 내리고 있었다. 체크아웃 시간까지 기다리다가 빗줄기가 잦아진 틈을 타 숙소를 나섰다. 칼레 시청광장까지 어렵사리 도착할 수 있었다. 시청 인근에는 난민들인지 허술한 텐트를 치고 신산스러운 아침을 맞고 있는 무리가 보였다. 이 도시의 존재를 오랫동안 알려준 로댕의 작품 은 아름다운 시청 건물을 등지고 있었다. 영국과의 백년전쟁 시절, 봉쇄에 고통받는 시민들을 구하고자 목숨을 내건 6명의 모습이 역동적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가까이 보니 각각 체념, 불만, 죄절 등 당시에 느꼈을 감정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다층적인 감정이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보였다. 그들의 용기로 지켜진 현재의 칼레의 시민들은 각기 일상에 몰두하고 있을 뿐이었다. .. 2024. 9. 28.
유로벨로5 스테이지 1 : Canterbury - Calais 런던답게 체류 기간 중 햇살은 30분이나 비추었을까. 자전거 여행의 첫 아침도 예외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다. 기차, 자전거, 페리를 이용해 해협을 건너 프랑스까지 갈 예정이라 날씨 투정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순 없었다. 호텔 직원의 도움을 받아 자전거를 로비로 옮기고 가방을 장착했다. 호텔부터 킹스크로스/세인트 판크라스 역까지는 지척이었다. 출근길 인파를 뜷고 역까지 순식간에 도착했다. 사우스이스턴 라인 유니폼을 입은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자전거를 기차에 가지고 타는 건 제약이 없고 출입문 위에 오렌지 색 표시가 있는 객차가 공간이 넓다고 알려주었다. 2시간 남짓 걸려서 캔터베리에 도착했다. 성당 앞에 있는 비아 프란체지나 표지판은 로마까지 1,800킬로미터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 부탁해.. 2024.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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