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42 <카미노를 여행하는 자전거 라이더를 위한 안내서> 출간 지난해 다녀온 은의 길과 포르투갈 길 자전거 여행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여러모로 강렬했기에 완성된 콘텐츠로 남기고 싶었다. 책의 대부분은 이 블로그에 남겼던 매일의 기록을 기초로 썼다. 블로그 글이 대부분 불면에 시달리던 새벽에 핸드폰으로 작성해서 여러 오탈자가 있다는 것도 책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그마저도 과거의 일부분이기에 블로그는 그대로 놔두었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거나 이사할 때 책을 정리하며 읽히지도 않을 책을 생산하는 것은 다음 세대에 빚지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재고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POD방식이라 스스로와 타협할 수 있었다. 처음 쓰는 책이라 과정은 고단하고 서툴렀지만,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은 허투로 만들어 낸 것이 없기에 결과적으론 떳떳하고 후련하다.. 2024. 9. 27. 새로운 여행, 유로벨로 5(Eurovelo 5) 혹은 비아 프란치제나(Via Francigena) 오랫동안 궁리하던 새로운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다. 영국의 캔터베리에서 시작해 이탈리아의 로마까지, 그 너머 장화 모양의 이탈리아 반도 뒷꿈치에 자리잡은 브린디시까지 연결되는 약 3,000킬로미터에 달하는 코스이다. 캔터배리에서 출발하는 도보 순례루트인 비아 프란체지나와 구별되는 유로벨로 5의 특징은 프랑스 북부에 인접한 벨기에와 룩셈부르크를 지난다는 점이다. 스위스를 거쳐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지방으로 이동하는데, 세인트 버나드 패스를 넘는 비아 프란체지나에 비해, 유로벨로 5는 고타드 패스를 넘어 코모 호수 근방을 지나게 된다. 오랫동안 꿈꾸던 유로벨로 코스는 안달루시아에서 출발해 터키에서 끝나는 유로벨로 8이었다. 지중해를 오른쪽으로 두고 달리는 이 코스 위에 있는 발렌시아, 스플릿.. 2024. 9. 25. 렘코 에베네폴, 파리 올림픽 ITT 우승 작년 부엘타 스테이지 1 TTT(팀 타임트라이얼)을 마친 렘코 에베네폴은 인터뷰에서 비가 와서 미끄러운 도로를 달리게 한 대회 주최 측을 강하게 비난했다. 퀵스텝팀이 나중에 출발해 날이 어둑해져서 더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 모습을 본 스페인 친구는 'He is always crying'이라며 에베네폴은 모든 것에 불평을 늘어놓는다고 했다. 예민하고 이기적이라며 고국 팬들에게도 비난받던 그가 머리를 짧게 자르고 참가한 올 투르에서 레이스 내내 훈훈한 모습을 연출하며 포디엄에 올랐다. 가장 혹독한 레이스가 끝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벨기에 대표팀으로 참가한 렘코 에베네폴이 이탈리아의 필리포 가나, 같은 벨기에의 와웃 반 아트를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명문 안더레흐트와 PSV 유스 축구선수였던 에베네폴은 .. 2024. 7. 28. 제주도 자전거 일주 3일차 (성산 - 제주여객터미널, 24/5/16) 아침에 일어나 보니 다행히 어제보다는 바람이 잦아들었다. 오후에 여수행 배를 타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듯했다. 오랫동안 다니던 마포 프릳츠가 제주에 새로 열었다는 카페이 들러 커피와 크로와상을 먹었다. 일방통행 좁은 도로를 조심스레 넘어서 들어가던 서울과는 달리 넉넉한 주차장과 성산 일출봉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커다란 창이 있어 좋았다. 소문이 났는지 애완견과 같이 오는 관광객이 많아서 더 편안한 분위기였다. 성산부터 제주여객터미널까지는 종달, 세화, 월정, 김녕, 함덕, 삼양 등 제주 동북지역의 유명한 해변을 지난다. 지난해 여름에 자동차로 지나가긴 했는데, 자전거의 속도는 그냥 지나친 것을 다시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미덕이 있다. 멋진 바닷가 절벽 위에 벤치 하나가 고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2024. 7. 26. 제주 자전거 일주 2일차 (대정 - 성산, 24/5/15) 아침에 일어나니 역시 화창한 날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께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출근을 하셨는지 인기척이 없어 일찌감치 길을 나섰다. 부처님 오신 날 휴일인데도 바쁘게 지내시는 열혈 사이클리스트 사장님이 오랫동안 인상에 남을 것 같다. 어제는 저녁이라 오가면서 보지 못했던 표지판을 읽어보니 슬픈 역사의 상처를 가진 장소가 숙소 바로 옆에 있었다. 머물렀던 동네 이름이 대정읍 신도리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대정에서 서귀포 방향으로 달리는 바닷가에는 돌고래를 볼 수 있다는 표지판이 여러 개 설치되어 있었다. 혹시나 가민 속도계에만 시선을 둔 채 달리다가 돌고래를 그냥 지나칠 수 있겠다 싶어서 바다 쪽을 바라보며 천천히 달렸다. 하지만 운이 없는 날인지 발길을 잡은 물속의 검은 형체들은 대부.. 2024. 7. 26. 2024 투르 드 프랑스 에필로그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올 지로 디 이탈리아의 경기력을 잊게 할 만큼 타데이 포가차가 다시 한번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준 3주간의 레이스였다.지로와 같이 스테이지 6개의 우승을 차지했고 격렬한 순위 다툼의 장으로 예상하고 설계한 마지막 19, 20, 21 스테이지를 모두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포가차는 지로보다 오히려 투르에서 본인의 경기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로 첫 스테이지의 첫 스테이지에서 스프린터가 아닌 이네오스팀의 조나단 나르바에스에게 스테이지 우승을 내준 것과 투르 스테이지 11 업힐 스프린트 피니시에서 요나스 빙예가르에게 뒤진 것 외엔 두 그란투어 42개 스테이지 중 우승을 노린 상황에선 모두 스테이지를 가져갔다.타데이 포가차는 1998년 마크로 판타니 .. 2024. 7. 24. 2024 투르 드 프랑스 스테이지 20: Nice - Col de la Couillole 111번째 투르 드 프랑스에서 불과 하루 전까지의 기록으로 만으로도 역사적인 레이스를 펼친 슬로베니아의 타데이 포가차. 개인적으로 프로 사이클링에서 1위를 달리는 선수가 너무 압도적인 경기를 공격적으로 펼친다는 비판을 받던 선수가 있었는지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프로 사이클링은 200킬로미터를 달린 후에 결승선에서 사진 판독을 통해 우승자를 가리는 경기이다. 그렇지 않고 매 스테이지 확연한 격차를 벌리는 것은 감상의 대상이지 비판할 순 없다.전성기의 랜스 암스트롱, 알베르토 콘타도르를 포함해 기사 작위를 받은 마크 카벤디시도 승부 앞에선 극도로 예민해져서 신경질 적인 행동으로 표현되는 것도 자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레전드의 반열에 오를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이 슬로베니아 라이더는 투르 3주 차까지.. 2024. 7. 21. 2024 투르 드 프랑스 스테이지 19: Embrun - Isola 2000 타데이 포가차의 2024 시즌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빛나는 성취로 채워져가고 있다. 스트라데 비앙케에서의 불가능해 보이는 장거리 어택 우승, 밀란-산레모에서 우승 직전까지 갔던 3위, 카탈루냐 산악구간을 압도한 볼타 카탈루냐 우승, 너무 편안하게 우승한 리에주-바스토뉴-리에주, 다른 선수들을 너무 압도해서 오히려 오버페이스처럼 느껴진 지로 디 이탈리아 우승. 포가차는 다른 선수의 커리어 성적이라고 해도 훌륭해 보이는 걸 한 시즌에 해내고 있다. 금요일 이번 투르의 퀸 스테이지라고 할 수 있는 스테이지 19에서 2024년 투르 종합 우승을 거의 확정하는 레이싱을 선보였다.2,000미터 이상 업힐 구간이 세 개나 있던 스테이지. 비스마팀의 마테오 요겐슨과 윌코 켈더만이 브레이크 어웨이에 포함되어 펠.. 2024. 7. 20. 2024 투르 드 프랑스 스테이지 18: Gap - Barcelonette 일반적인 사이클링 팬이 우위에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공격적인 라이딩을 펼치는 포가차를 지지하고 있는 2024 투르.하지만 지로와 월드챔피언십을 차지했던 전 욤보 라이더 톰 듀뮬랭은 다른 의견을 표명했다. 특히 스테이지 17에서 마지막 결승선을 앞둔 포가차의 어택에 대해' 이미 3분 이상 차이를 벌리고 있는 2위 빙예가르를 괴롭히기 위한 불필요한 공격'이며, 이런 레이싱은 '포가차의 오만함에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물론 이전 소속 팀 라이더인 빙예가르를 옹호하려는 마음에서 나온 표현이라고 짐작하지만, 이전의 레이싱 문법을 새로운 세대 사이클리스트들은 보편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레이싱 후에 기꺼이 승자를 축하하며 팬과도 스스럼없이 교류하는 현세대 라이더들이 사이클링의 황금시대 (Golden er.. 2024. 7. 19. 2024 투르 드 프랑스 스테이지 17: Saint Paul Trois Châteaux - Superdevoluy 올 투르 내내 적극적으로 브레이크 어웨이에 참여했지만 스테이지 우승은 매번 농쳤던 '에콰도르의 기관차' 리처드 카라파즈가 커리어 첫 투르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했다. 후반부 오르막에서 앞서 달리던 사이먼 예이츠를 잡은 카라파즈는 결승선까지 내달려 한동안 나오지 않던 남미 출신 투르 스테이지 우승자가 되었다.이로써 카라파즈는 투르, 지로, 부엘타에서 모두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하고 GC 포디엄에 오른 선수 리스트에 올랐다.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 로드사이클 경기 금메달을 차지하며 지로 종합우승과 함께 빛나는 Palmares에 투르 스테이지 우승을 추가하게 되었다.마지막 업힐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소강상태가 유지되던 GC 경쟁구도에 오랜만에 렘코 에베네폴이 어택을 시도해서 포가차와 빙예가르를 10초 이상 앞서.. 2024. 7. 18. 2024 투르 드 프랑스 스테이지 16: Gruissan - Nimes 마지막 5개 스테이지를 남겨두고 있는 2024 투르 드 프랑스. 낮은 언덕이 많은 스테이지 18을 남겨두고 있지만, 대회 종료를 앞두고 브레이크 어웨이에 사활을 걸며 나설 팀들을 생각하면 스테이지 16이 순수 스프린터가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마지막 스테이지 일 수 있는 날이었다.보통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피니시 하는 투르 마지막 스테이지가 스프린터를 위한 가장 영광스러운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이다. 하지만 올해는 파리 올림픽 때문에 마지막 스테이지가 모나코에서 니스까지 구간에서 ITT로 열리게 되어 경쟁자들이 우승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월요일 휴식일을 마치고 시작한 스테이지 16은 별다른 변수없이 간헐적인 브레이크 어웨이 시도가 있었으나 전체 판도를 좌우할 정도는 아니었다. 팀에 구분없.. 2024. 7. 17. 2024 투르 드 프랑스 스테이지 15: Loudenvielle - Plateau de Beille 전날 스테이지에 이어서 3년 만에 투르의 왕좌를 차지하려는 타데이 포가차가 피레네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한 스테이지 15. 역사상 투르 스테이지 중 오늘의 결승점인 Plateau de Beille에서 우승했던 마르코 판타니, 랜스 암스트롱, 알베르토 콘타도르가 모두 그 해 종합우승을 차지했다.마테오 요겐슨의 도움을 받으며 인내하던 요나스 빙예가르가 결승점을 약 11킬로미터 앞두고 올 투르 처음으로 먼저 어택을 감행했다. 포가차는 지체 없이 반응하며 빙예가르의 뒤에 바싹 붙어 놓치지 않았고, 에베네폴은 두 사람과 뒤처지기 시작했다. 빙예가르의 뒤에 있던 포가차는 업힐 어택을 방어하는 도중에도 두 손을 핸들에서 놓고 물병을 받아 드는 등 시종 여유로웠다.앞에서 댄싱을 하던 빙예가르가 주춤하던 사이, 결승점을 5.. 2024. 7. 15. 이전 1 2 3 4 5 6 ··· 12 다음 728x90